공권력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규철 교수

10여 년 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 방문교수를 갔을 때 한국 유학생에게 들은 이야기다. 미국 어느 공항에서의 일이다. 한 신사가 항공사 매표소 앞에서 항공사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신사는 ‘내가 누군 줄 아느냐?’며 항공사 직원을 다그치고 있었다.

그 때 직원은 공항의 마이크에 입을 대고 “여기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신사분이 계십니다. 이 신사분이 누군지 아시는 분이 계시면 오셔서 신사 분께 자기가 누군지 가르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마이크를 통해 공항 전체에 울려 퍼졌다. 공항경찰이 왔고 머쓱해진 신사는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실화라고 들었다. 그 때 그 유학생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도 충격을 받았다. 과연 그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일까?

개인은 소중하고 개인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 자유는 옳은 일을 할 때만 무조건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만약 개인의 자유라고 말하면서 주장하는 말이나 행동이 옳지 않을 때에는 가차 없이 제재해야 하고 제재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공권력이 있는 것이다. 공권력의 존재이유다.

공권력은 이처럼 추상같아야 한다. 상대가 누구든 옳지 않은 요구에는 원칙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옳지 않은 일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 범죄(?)가 되어야 한다. 반면에, 옳은 요구에는 원칙으로 처리해야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권도에 맞게 처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예도’와 ‘권도’이다. 예도는 오로지 원칙에 따르는 것이고, 권도는 그렇게 된 상황을 살펴 융통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옳지 않은 일일수록 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옳지 않은 일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 없다.

인간 ㅇㅇㅇ은 겸손해도 된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자신의 선택이고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자(담당자) ㅇㅇㅇ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공직자는 겸손하면 안 된다. 겸손할 자유도 권리도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공권력을 옳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것이고 정의로운 것이다. 대한민국 공직자에게 마음씨 좋은 옆집아저씨는 필요 없다. 그런 사람은 공직자를 하면 안 된다. 그냥 강가에서 낚시나 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 자체가 범죄다. 어디 나라 세금 말아먹고 국민들 피 빨아 먹을 일 있나. 만약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공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능이고, 무능이 아니라면 야합이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분명 범죄다.

이 말이 당신에겐 어떻게 들리는가? 당신은 지금 당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의외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