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노인돌봄과 공동체 문화 살리기

▲ 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70년대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 같다. 그만큼 모든 게 빠르게 변했고 우리는 그것을 발전이라고 말한다. 모든 게 풍요로워졌고 편리해졌으니 발전이 틀림없다. 그 급속한 발전의 와중에 변하고 사라진 것들도 많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마치고 돌아올 때면 동네 어귀 작은 구멍가게 앞 평상에는 언제나 어르신 서너 분 정도는 앉아 계셨다. 담배를 피거나 막걸리를 드시면서 오가는 애들에게 공부 열심히 했냐? 선생님 말씀 잘 들었냐? 등 인사를 건네셨다.

그때 그 광경은 한 장의 흑백사진이 되어 비슷한 동네 어귀를 지날 때면 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때는 어르신들이 많지 않아 예순이 되면 환갑잔치를 하고 노인대접을 받기 시작하였고 팔순이 넘으면 상노인이라 하여 마을의 큰 어르신으로 귀하게 대접받는 시절이었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핵심 키 워드는 저출산 고령화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래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는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노인인구가 2040년에는 34%, 2050년이 되면 50%가 될 거라고 하니 대부분이 혼자이거나 부부인 노인세대가 점차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지면 이들을 어디서, 누가, 어떻게 돌보느냐는 것이다. 의료적인 부분은 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문제는 더 다양하고 복잡하여 적절한 대책 마련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해소와 고령화시대의 늘어나는 노인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행중인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도입하기로 했고, 2019년 들어 「지역사회통합돌봄」이라는 명칭으로 돌봄 전달체계를 새로이 구축하려 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정책을 계발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특색에 맞게 복지전달체계를 만들어가라고 한다. 지역마다 기존의 여러 다양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과 단체를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할지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 사회복지전달체계만으로 촘촘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역사회(community)라는 공간 안에서 서비스 이용자, 제공자, 지역주민이 함께 협력하는 공동생산(co-production) 개념의 돌봄서비스 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나아가 다양한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촉진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복원을 통해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