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사교계의 언어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 규 철 교수

고상한 사교계의 언어는 거의 다 빈말이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으면 사교를 하면 된다. 사교에서의 빈말에서는 감정의 교환이 있을 수 없다. 생길수도 없다. 요즘의 대부분의 만남이, 진심을 나누는 만남이 아니라 사교적인 만남에 더 가깝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행복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사교모임은 실제로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정할 수 없는 전제가 둘 있다. 선함과 자유이다. 행복은 도덕적으로 선한 삶을 사는 과정 속에 있다. 내가 선하지 않다면 나의 행복은 없다. 그냥 내가 행복하자고 마음먹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행복은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저것 눈치 보고 신경 써야 하는 사교적인 만남 속에서는 행복하기 어렵다.

흔히들 행복한 삶과 만족하는 삶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족’은 순간의 욕구가 충족될 때 생기는 심리적인 것이다. 어떤 주어진 순간에 욕구가 더 많이 충족될수록 그 순간을 최고 만족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 욕구의 충족에서 생기는 만족이 행복이라면, 그가 선하지 않지만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스쿠루지 같은 수전노의 삶도 행복추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도덕적인 일을 하고도 개인이 만족한다면 그 개인은 행복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행복이 만족으로 간주될 경우, 만족의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특성 때문에 모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떤 정부도 국민들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증진시킬 수도 없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각기 다른 갈등요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행복이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선의 행위를 실제적으로 쌓고, 획득한 결과로 만족(욕구충족)한 개인들이 넉넉하고 온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때 행복의 추구는, 우리에게 실제적으로 선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추구해야 하며, 실제적 선을 얻는 데 필요한 도덕적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과정 속에 녹아있는 것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요즘엔 선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드문 것 같다.

나에게 행복이란 오늘 하고 있는 선한 생각과 행동 그리고 희망이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죽는 그날까지도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유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한데, 내가 찾은 행복의 노하우는 기본을 지키는 것에 있다. 인생전체로 보면 기본을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일 기본을 반복하는 것이 행복의 노하우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시간이 조금 있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시간이 없을 때는 ‘해야 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힘껏, 욕심껏 그리고 정성껏’ 하는 것이지 싶다.

고상한 사교계의 언어는 던져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