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열정에서 바라보는 희망

▲ 청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학부 노기섭 교수

되는대로 살거나 삶을 포기하는 경우는 대부분 희망을 잃어버린 경우라고 생각한다. 성경에도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소망’과 사전적 의미가 같은 ‘희망’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느껴진다. 최근 많은 사람이 감염병으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직장인들은 경기 불황으로 임금 감소와 해고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대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구직난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희망을 잃어가는 시대에 작지만 강한 희망을 경험했다. 지난 10월부터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후원하고 청주대학교에서 주관하는 ‘2020 지역 ICT이노베이션 스퀘어 조성 사업’의 AI(인공지능) 강사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충청권에서 인공지능 기초 학습을 원하는 사람, AI 분야로 취업역량 강화를 희망하는 사람 등 학생/일반인/재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교육은 기본과정과 고급과정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필자는 기본과정에서 기계학습과 딥러닝 일부를 강의하였다. 다양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느낀 희망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국비로 진행된 이번 교육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은 고액의 수강료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은 코로나19로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수강생들은 6주 동안 매일 저녁 7시부터 4시간 동안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강사로 참여했던 교수들도 매일 밤 11시까지 강의해야 하는 강도 높은 과정이었다. 더구나 직장인들의 경우 퇴근해서 저녁 시간을 온전히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들어야 했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온라인 강의에 참여했던 수강생이 생각난다. 강의 종료 무렵에 그 수강생이 실수로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활성화했던 것 같다. 버스 정류장 안내 멘트가 전체 수강생들에게 실시간으로 방송되었다. 모든 수강생이 잠깐 모두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수강생이 너무도 고마웠다. 퇴근길에는 피곤하고 시끄러워 강의에 접속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분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끝까지 강의를 들으려 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서 발견한 희망은 이렇다. 비록 온라인 과정이지만 수강생들로부터 어려운 가운데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과정은 학점 부여나 까다로운 평가 과정이 없어 피곤하거나 다른 일정이 있으면 접속만 하고 묵묵부답으로 있어도 되지만 수강생들은 수시로 채팅창을 통해 질문하거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교육 수료 이후에 혼자서 공부하고 싶으니 적당한 책을 추천해 달라, 고급과정 수강을 통해 좀 더 배워보고 싶다, 늦은 나이지만 대학원에 진학해서 좀 더 배워보고 싶다, 기본과정을 한 번 더 듣고 싶다 등 수강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필자에게 보내왔다.

필자가 발견한 작은 희망은 이런 수강생들에게 식지 않는 열정을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3개월의 교육으로 인공지능의 전문가는 될 수 없을지라도 지속적인 학업과 자기 계발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식지 않는 열정으로부터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강의에서 수강생들이 보내온 감사의 인사말은 그동안의 피로를 씻어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식지 않는 희망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작은 희망들이 코로나19보다 더 높은 감염률을 갖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