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이대로 괜찮은걸까?

▲ 최은희(충북연구원 연구위원)

건보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수진률은 2020년 10월 말 기준 43.7%이며 암검진은 이보다 낮은 32.3% 수준이라고 한다. 직장인의 경우 건강검진 의무화 조항에 따라 사무직 종사자는 2년에 한 번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회사와 노동자에게 횟수별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동안 집으로 날라오던 건강검진 안내문을 잘 뜯어보지 않았는데 며칠 전 건보공단에서 건강검진 미수검자 명단을 회사로 통보했을때는 압박이 느껴졌다. 코로나로 인해 2021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건강검진을 연기하기로 했다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가지 않을 것 같아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건강검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금식보다 갈증의 고통이 싫어서이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불신과 검진과정의 불쾌한 경험 때문이다. 꼬박 꼬박 검진하던 아버지가 다른 검사를 통해 폐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고, ‘건강검진 때는 정상이라고 했는데...’ 하며 허탈해 하시던 모습을 본 뒤로는 피검사 결과 이외에는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건강검진 덕분에 조기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건강검진을 알리는 우편물을 볼 때마다 쓰리게 아버지를 떠올려야 하는 아픔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검진과정의 불쾌함 때문이다. 굵디 굵은 내 혈관을 보고도 수면내시경 약물 주입 자리를 세 번을 찌르고서야 겨우 찾고, 밀려드는 수검자를 위해 수면내시경 마취에서 덜 깨 어질어질한 나를 검진실 밖으로 내보내 한참이나 멍하게 앉아 있게 하며,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가슴촬영을 두 번씩이나 더하게 만들어 고통을 더했다. 어찌 이뿐인가? 위내시경 촬영한 것을 보던 의사는 ‘2년 전 보다 안좋아졌네요, 커피 드시지 마시고 짜거나 맵거나 한 거 드시지 마세요’ 한다. 아주 건조하다. 수많은 사람을 대하다 보니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짜로 하는 검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건강검진을 하면 병을 더 얻어 오는 것 같다.

이래도 괜찮은걸까? 보험수가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수가를 높여 더 정확하게, 더 경력있는 간호사를 두고, 상담을 수검자에게 더 적합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하면 안되는 걸까?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건강검진의 목적이라면 치료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분야에도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통해 수검률을 높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