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청주시청 복지정책과 이상종

▲ 청주시청 복지정책과 이상종 팀장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안 사요”라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주인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봤다. 입구에 한쪽 어깨가 기울 정도로 큰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몇 개 비포장 물건이 들고 있는 나이 든 사람이 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5초 동안 주인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냥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식당 주인은 조금 놀란 듯한 손님들에게 “경기도 안 좋은데 하루에 몇 번이나 온다”라고 설명하듯 말했다.

방금 전 식당에 들어올 때 그리고 주문을 받을 때 그 친절함에 비해 조금 낯설고 조금은 기분이 썩 좋지 않는 광경이었다. 방금 전 물건을 들고 온 그는 손님이 많아 물건 팔기 좋은 점심시간에 왔을 수도 있다. 주인 입장에서 보면 반기지 않을 시간임을 알면서도.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 또한 점심을 위해 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주인을 응시하며 뭔가 이야기를 하려다 그냥 뒤돌아 가는 모습이 그랬다.

식당 주인의 직업병 중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런 차림은 십중팔구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남의 영업장에서 내 손님에게 물건을 팔다가 손님이 불편해 할 경우도 있어서 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 물건을 들고 온 사람이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라는 생각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어떤 특정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노하우라는 것이 생긴다.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아도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면 목적도 해결책도 쉽게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때론 그로인해 선입견이 생기고 어떤 상황이나 어떤 사람들을 대할 때 상대방에게 버릇없는 버릇이 튀어나올 때도 있다.

특히나 방어적인 태세나 불수용의 입장을 미리 결심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상대방이 “그게 아니라” 또는 “어디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네” 라는 말을 했다면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다. 이럴 때 다짜고짜 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그래서 기분이 많이 상한 상대방은 “평생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어”라는 말로 기분 상한 표현을 한다. 격하지 않는 표현들이지만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나에게 있는 직업병은 무엇인가. 이로 인해 선입견과 편견은 어떤 것이 있는가. 그로 인해 그 누구를 불편하게 하고 기분을 상하게는 하지 않았을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막무가내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으로 인해 더 큰 가치가 퇴색되고 있지는 않는가

그 누구의 말 한마디, 눈빛, 몸짓 하나는 그 누구에게는 아픔이 된다. 그러지 않으려면 이 생각만 하면 된다 ‘이 세상의 고민을 내가 다 할 수도 없고 알지도 모르고 다 해결할 수 없다’.

봄볕 입은 벚꽃을 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