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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잔인한 4월에 필요한 감수성에 대하여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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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14  19: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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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에 필요한 감수성에 대하여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현진 교수

 

   
▲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현진 교수

T.S.엘리엇은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다. 봄을 맞으면서 잠든 뿌리를 깨우는 봄비를 빗대어 겨울은 오히려 따듯했다는 시인의 역설과 더불어 4월을 칭한 가장 유명한 말이다. 지금 이 말이 떠오르는 건 코로나 시국에서 맞은 4월이 시인의 그것만큼이나 잔인하게 느껴져서다.

현실의 지난 겨울은 유난히 길었고 따듯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식에 어느 순간 보니 만물을 깨운 봄보다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한 겨울이 더 안전했던 것 같다. 그래도 봄이 왔으니 봄을 봄답게 맞이해 보자.

4월이 잔인한 이유를 시인은 장문의 시로 표현했지만, 감성 없는 사회복지사에게 4월의 잔인함은 무엇일까. 4월엔 장애인의 날이 있다. 4월 20일. 기관에서 일하던 시절 4월이면 의례 전화를 받았다. 주로 장애를 ‘극복’한 사람을 알려달라는 전화였다. 표현은 안했지만 전화를 받을 때마다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시선에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을 실감했다.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실패한 인생인가.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정도로 구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아직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장애를 극복한다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우리는 그런 극복 사례를 찾아 영웅시하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처럼 포장하려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장애를 극복해야만 행복해지는 사람처럼 말이다.

장애를 가진 이의 놀라운 열정, 도전 정신, 감동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일은 장애인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는 존재라는 전제가 된다(물론, 필요한 부분도 있다). 비장애인에게는 흔한 일들이 장애인에게는 ‘불굴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이가 아니다.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로서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장애인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을 ‘장애감수성’이라 한다. 여러 굵직한 이슈를 일으킨 ‘젠더감수성’은 모두 알아도 장애감수성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높아진 젠더감수성 덕에 우리 사회의 성인지 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장애인의 관점에서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심리사회적 공감은 매우 필요하다. 인식하지 않으면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2019년 말로 262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에 해당한다. 장애가 발생하는 요인의 73.3%는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에 의한 것이다. 누구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젠더감수성 만큼이나 장애감수성을 높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애인의 독특한 외모나 특별한 습관, 행동방식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상하고 잘못된 것으로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다수의 시선이 문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 동양인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선 말이다. 이들이 이렇게 태어난 것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릇된 시선을 거두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장애인의 날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4월을 맞이하고 싶다. 사족 하나. 잔인해도 좋으니 내년 4월은 모두 마스크를 벗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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