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사회복지실천연대’ 출범을 축하하며

▲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 현 진 교수

2010년 여름, 생애 처음 단독으로 게재한 논문의 주제는 ‘사회복지사의 인권의식’에 대한 것이다.

그 덕인지, 지금도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에서 윤리와 관련된 강의 의뢰가 많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 일의 목적이 대상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의 인권감수성은 경험이 쌓이면서 더 민감해지게 되는데 당시 연구 결과도 사회복지사의 연령이 높을수록, 직위가 높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근무경력이 오래될수록 인권 의식이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를 당사자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즉, 사회복지사의 연령과 직위가 높을수록 인권감수성은 높아지지만 인권 실태 조사를 보면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권침해는 연령과 직위가 높을수록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사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언론에서도 주간보호센터 내에서 대표의 가족이 직원에 대한 성추행이 있었지만, 고용과 연결되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뉴스(MBC. 2021. 7. 21)가 보도되었다.

물론, 기관에서 종사자 간에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례도 있지만, 대상자의 폭력과 폭언에 그대로 노출된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이런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역사회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되는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들에 대응하기 위한 힘이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복지 100년 발전을 위해, 모두가 웃는 행복한 복지 현장’을 만들고자 출범하는 ‘청주사회복지실천연대’가 바로 그 힘이다.

인권과 사회정의에 관한 원칙은 사회복지의 기반이다. 그런데 대상자의 인권과 사회정의를 외치는 동안 사회복지사의 인권이 침해되고 차별을 받고 있는 사례들은 여전히 목격된다. 그래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지역사회연대의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 단체에 거는 기대가 있다. 인권과 사회복지실천 현장에 대한 접근은 사실 복지적 접근보다 인권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누군가의 인권이 짓밟히더라도 성과를 강조하거나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을 모은 것이다. 한 사람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지역의 동료들이 ‘연대’해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큰 뜻을 품은 단체의 활동이 단순 선언적 활동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순수하게 민간 실천 현장의 연대를 목적으로 한 것은 단체가 스스로 자생력을 가지고, 자조적인 움직임을 가지겠다는 중요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야 힘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힘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그들’을 ‘우리’라고 칭했다. 하지만 민간 종사자가 아닌 탓에 그 연대에 함께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수퍼비전이나 자문을 빙자해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 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혹시 그랬다면 이 기회를 빌려 용서를 구한다). 독립된 그들의 활동을 지지한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참여가 이루어져 연대의 힘이 여러 곳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사회복지 종사자가 청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