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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밥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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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09  1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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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밥

 

 

   
▲ 섬동(시인)형석중학교 교감 김병기

나눔은 나를 낳으면서 다른 기쁨을 맞이하는 일이다

남아서 주는 게 아니라 나이기에 함께 누리는 일이다

그래서 나눔은 크고 작음이 없고 적고 많음이 없다

그저 주면 좋고 받으면 말씀을 드리니 그냥 좋은 삶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내 얼의 밥을 나누면서 살겠다

받는 이보다 더 따뜻한 나의 드림은

아름다운 빔의 참이라는 걸 아는 까닭이다

내가 아는 만세 벗은 해고 노동자였다. 그는 회사의 강제와 권력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노동자의 삶은 작고 여리고 외로운 싸움이라서 저항의 동력을 잃을 때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울의 천막 안에서 촛불을 켜고 울분을 토하며 눈물을 마시던 노동 승리 곁에는 희망의 동지가 있었다. 자기 일처럼 돕는 이들의 숭고함에 감동했고 나머지 삶도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맹세했었다. 그 고마움을 뼈에 새기는 일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여긴 건 운명인지도 몰랐다.

그는 지긋지긋한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와서 달걀 장사를 했다. 그 달걀로 사람에게 양식이 되고 희망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늘 부지런했기 때문에 작업장과 개별 주택 방문으로 싱싱한 달걀을 팔았다. 그보다 사랑과 희망이라는 단어에 알맞은 인심을 팔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행복 계란 장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어려운 분이 계시면 집 앞에 몰래 놓기도 하고, 장애인들의 복지시설이거나 시민 단체에 일만 생기면 한 판, 다섯 판, 열 판도 구분 없이 나누고 용기를 잃지 않고 지내기를 당부하는 웃음 한 판도 잊지 않는다. 어느 날 어머니 돌아가신 후 나에게 찾아왔다. 중학교 일학년 학생이 암에 걸려 힘들다고 조의금 중 오십만 원을 놓고 가면서도 손으로 만든 강정도 맛보라고 놓고 가는 모습은 성자의 등처럼 따스했다. 지금은 헌 옷을 어려운 이웃에게 드린다고 매우 바쁜 모습이다. 그를 내덕동 자연시장에서 만났다. “왜 그렇게 나눔 활동을 해요?”, “나 좋자고 해요. 제가 고마움을 알기 때문에 그래요.”

나눔은 나를 낳는 일이다. 낳는다는 건 나를 그들에게 보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에게 오신 고마움을 깨닫고 그것을 잘 모셔서 나를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실천을 하고 그것으로 사행심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하고 봉사가 기쁨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야 가능하다. 덕을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덕은 은혜를 베풀고 다시 받으려고 하지 않는 정신이 자라야 비로소 함께 누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는 공자님 말씀이 이 시대에서 유효한 까닭이다.

덕(德)을 다석(多夕) 선생은 ‘속알’이라고 하셨다. 내 안에 있는 알이다. 알은 생명의 근원이고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는 힘을 가진 제5 원소이다. 그 알을 사람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덕을 베푼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드린다는 거다. 그러니 내 일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거짓이고 있는 걸 뽐내기 위하여 자랑하는 꼴이 된다. ‘하고도 자랑하지 않음이 그윽한 덕’이라고 한 노자의 말씀도 그러하다. 벗이 말하는 내가 좋아서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내가 좋다는 것은 복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나의 실천과 동행이 만복(萬福)이 된다는 아름다운 철학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나누지 못한다. 자신을 소중히 높이는 여기는 마음이 세상의 가슴을 환하게 불을 켠다. 자신의 아래는 늘 그늘처럼 어두운 거 같지만, 세상에 희망의 빛을 은근하게 보낸다. 자신의 그늘에서는 기쁨의 사유가 생긴다. 어둠이 있으면 나를 바라보는 눈이 반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자는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것이다. 별이나 달이나 해나 다 그렇다. 해는 밝음에서 뜬다는 이도 있으나 해가 어둠을 태워 빛을 내는 이치를 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면 작은 미소 같은 나를 보내주고 싶다. 나에게 오신 밥의 근원을 살피며 말이다. 밥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물, 불, 빛, 흙의 격려로 힘차게 싸워서 생명을 이룬 거룩함이 있고, 사람의 손길을 얻어서 마땅히 죽어서 사람의 밥상을 이룬 성스러운 죽음을 보여 주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는 내가 밥으로 익어가야 한다. 고마움을 깨닫고 자신을 가장 높은 이로 섬기고 다른 이도 그렇게 여기면 생기는 ‘얼 나누기’는 누리의 평화이다. 그래서 나도 작건 크건 적건 많건 간에 고운 마음을 담아 건네고 싶다. 살아서 장례식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 이러하다.

12월은 제월(除月)이라고 한다. 비우는 날이라는 뜻이다. 비우기 때문에 새로운 해를 낳을 수 있다는 슬기가 담긴 말씀이다. 비우는 건, 내 것에서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채우는 일이다. 내가 드린 밥을 내가 다시 얻어먹는 게 인생의 춤이다. 참(眞理)은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 있다는 성경의 말씀은 옳다. 그 마음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운 비움은, 가장 빛나는 채움으로 이어간다는 것을 안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이의 손은 언제나 아름다운 걸 우리는 삶에서 배우며 웃음 짓지 않는가. 그러니 받는 이보다 드리는 마음이 더 기쁘다면 삶은 얼마나 오롯이 빛나는 것인가. 둥근 계란이 어려운 세상에 밥이 되는 것처럼, 둥근 나눔의 사랑이 세상의 마음에 양식이 되는 건 말보다 앞서는 실천이다. 희망은 뜨겁지 않으나 따뜻한 길을 안내하는 마음의 빛인 까닭이다. 세상엔 남이란 없다. 그대가 나임을 알면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한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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