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거리

▲ 충청북도의회 이병하 전문위원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내 것, 내 소속에 따라 어떤 현상을 인식하는 정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우리나라 선수와 상대국 선수의 행동에 대해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던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 대해 우리는 매우 관대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감정, 즉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치부해 버린다.

스스로의 생각 없는 굽음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 대목에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만들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떠오른다.

복지정책과 관련된 사례를 들어보자.

현행 「영유아보육법」, 같은 법 시행령 및 지침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자녀들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보육료ㆍ양육수당을 지원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5월 2일자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영유아가 보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당 법령 및 관련 지침을 정비 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하였다.

대한민국헌법 제6조에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위가 보장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UN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도 부모의 국적에 상관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의 보육권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도 모든 아동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보육되어야 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답변을 통해, 현행법 체계상 사회보장제도 대상이 '국민'이고, 대부분의 개별 사업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수급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영유아 이주아동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지원확대는 그 범위‧수준‧내용 등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수급대상의 확대에 따른 국가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인권위 권고가 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자녀의 보육권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 보장에 대한 갑론을박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도 인지상정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학자들은 21세기의 두드러진 트렌드로 신냉전과 함께 신민족주의의 등장을 꼽는다.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화와 다문화시대에 대응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통합의 시대에 “신(新)”이란 전제어가 붙은 민족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민족주의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피즘(Trumpism), 브렉시트(Brexit)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EU탈퇴 등, 문화 동질성보다는 경제 문제로 인해 발현된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도 인지상정으로 보고, 무작정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

자칫 나비의 날갯짓으로 토네이도를 발생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에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우리 복지종사자들에게 조심스레 생각할 거리를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