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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看病)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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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8  19: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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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看病)

 

 

 

 

   
▲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며칠 전 서울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입소 어르신이 코로나 후휴, 폐렴 증상으로 급하게 입원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갑자기 서울에 계신 자녀분들이 생계를 뒤로 하고 내려 올 수 있을 리는 만무하였고, 긴급하게 간병사를 구해보지만 코로나 시국에 간병사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우리지역 유일의 대학병원인 충대병원은 통합간병실을 운영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출퇴근식 교대제 통합 간병실 운영은 사실 상 개점폐업 상태이다.

급성기 질환자들이 모여있는 병원에서의 감염병 예방관리는 아시다시피 전쟁을 방불케한다.

“어찌해야 한다?”

‘민간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간병’의 문제를 대충 짐작은 하지만, 자신의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외면하고 있다. IMF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그나마 여성의 직업군으로 부각된 이 간병시장은 ‘보호자없는 병실’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의 기로에 서 있지만, 인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미 우리도 조선족으로도 수급이 부족하게 되는 바, 이제는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들의 새로운 일자리로 부각되고 있다. 언어의 장벽이라는 큰 산을 넘는 것 부터가 시작이라고 한다. 이 필수적인 노동이 우리사회에서 온전한 노동으로 대우받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는 것은 아닐까?

간병은 당해 본 사람에게만 절대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그날 간병사없이는 단 하루도 입원이 불가하다는 병원의 통보로 임시변통이나마 내가 간병을 들어가게 되었다. 밖에서 동료들은 청주시내 10군데의 사설간병사회에 전화해 백방으로 사람을 구한다. 업의 특성상 무수한 간병을 경험해 보았지만, 중증 남자어르신의 간병은 나도 처음이라 대략 난감이지만, 대안은 없다.

그렇게 늦은 저녁시간, 간병을 위해 자못 비장한 마음으로 병원의 간염병 관리 조치를 통과하여 충대병원 75동 엘리베이터 앞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보다 서너걸음 쯤 앞에 머리는 잔뜩 떡이 진 체로 배낭을 멘 한 남성이 엘리베이터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이 낯익다. 이내, 짐작이 되어 그른 부른다. “이OO 회계사님 아니세요?” 뒤돌아 보는 그는 우리 법인 회계 감사를 맡고 있는 40대 초반의 공인회계사인 이OO님이시다.

그 순간 지난 3월 정기총회를 성사하며 그와 7차례나 나누었던 이메일, 회계감사과정이 스쳐간다. 한차례의 전화 통화가 있었고, 집안에 우환이 있어서 방문 감사 실시는 어려우니 이메일로 자료를 먼저 보내달라고 했던 그분이 진정성을 가지고 묻고, 궁금해하고, 다시 바로잡아주는 전체 감사의 과정이 이메일 회신 왕복 17차례로 이번 우리법인 회계감사는 마쳐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기 첫 감사이므로 우리 사업에 대하여 생경하였던 터라, 나에게 이번 회계감사는 퍽도 감동깊은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그 바쁜 남자가 여기, 간병을 위하여 떡진 머리를 하고, 병원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내가 목격한 거란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만남 자체만으로도 연대이고, 위로였다.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그렇게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나는 오늘 그 아버지의 조문을 다녀왔다. 나야 그로부터 이틀만에 어찌어찌 웃돈을 붙여주는 것으로 간병사를 구해 인계하였으므로 병원에서 더 그를 만날 일은 없었고, 끝도 없을 거라 여겼던 간병은 어제로 종지부를 찍었고, 오늘 영정 앞에 향을 올려드리고, 차분하게 상주인 회계사님과 마주 앉아 그간의 이야기를 나눈다. 워낙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깊기도 하셨지만, 어머니의 결심으로 어머니가 나흘, 자신이 삼일을 나누어 지난 9월부터 간병을 해왔다는 것이다. 과정에서 그도 어머니도 허리병을 얻어 시술을 받아야 했고, 어머니는 임종 직전 디스크 시술로 마지막까지 간병에 온 힘을 다하지 못하신 점을 깊이 슬퍼하신다는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잠시나마 상주를 위로하고, 그 가족의 6개월여 간병 투혼기를 전해 들으며 나는 깊은 감동과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문을 다녀와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많다.

우리는 모두 상황에 닥치면 이 일들을 잘 해쳐나갈 수 있을까?

6개월이 길다면 길다 할 수 있겠지만, 현대의학의 여건으로 짐작하건데, 짧다고 보는 것이 통념일 것이다. 이 문제가 걱정이라 전국민이 사보험에 드는 것으로 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저출생 고령화로 말미암아 대형 보험사들이 보다 싼 보험료로 간병 상품을 입점하고 홍보하지만, 정작 내 가족에게 간병이 필요할 때, 적시 적소에 ‘좋은돌봄’으로 간병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좋은 돌봄”이야말로 생의 마지막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사회적돌봄을 이야기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응달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로,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이 간병의 문제를 이제는 의제화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형태의 간병이 하루빨리 모든 급성기 병원서비스의 일환으로, “건강보험 수가”로 반영되므로써 “문재인케어”의 핵심정책인 “통합간병”이 부디 시범사업에 그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들과 아내의 따스한 온기 속에 하늘나라로 가신,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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