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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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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09  20: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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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 형석중학교 김병기 교감

장애인학교 체육 한마당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굴 표정이 다르고 걷는 모습도 특이했습니다. 생활하는 데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을 했지만, 그들의 마음 안에는 아름다운 평화의 씨를 갖고 있는 사람처럼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욱 맑아졌습니다.

그날 장애인학교를 간 것은 교육가족 체육 한마당을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체 장애가 있는 학생의 달리기 때였습니다. 걷기도 힘든 친구들이 달리기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뛰다가 넘어지는 학생도 있고, 넘어져 엉엉 우는 아이도 있어 짠했습니다. 찡그린 얼굴과 기우뚱한 몸짓이 돌고 있는 걸 보면 뭉클하지만 대견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두가 승리자가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승선에서는 한 학생이 뒤에 오는 학생보다 큰 차이로 앞서 있었습니다. 가족과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앞서가던 아이가 결승선 바로 앞에서 갑자기 주춤거리며 멈추더니, 뒤에 오는 친구를 기다리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전체가 숨을 뚝 멈추다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랑이 있는 천사였습니다. ‘내가 있는 건 네가 있다’는 걸 안다는 몸짓을 보여줬습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달리는 건, ‘네가 있는 게 우리가 산다’는 걸 느낀다는 말 없는 입김이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인류학자가 반투족 아이들에게 나무에 과자를 매달아 놓고 가장 먼저 도착한 아이가 먹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우분투(UBUNTU)!’ 하면서 함께 손을 잡고 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우분투’는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는 가르침입니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팽배한 시대에서 따스한 밥으로 여겨야 할 거 같습니다.

우리말에는 ‘덕분(德分)’이라는 좋은 말이 있습니다. ‘덕(德)’은 내 안에 있는 아름답고 순결하고 고운 마음씨입니다. 그 덕은 사람의 마음 밭에 씨알처럼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거름과 물을 주고 비와 햇빛과 바람을 주면 싹을 틔우는 존재입니다. 덕은 선(善)과 같아서 내가 좋으면 남도 좋게 하는 묘약 같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내가 덕을 쌓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면 남도 기쁘고 즐거운 꽃이 됩니다. 우리가 사는 누리가 덕의 꽃을 피운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야 합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각자가 최선을 다한 다른 이의 덕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은혜를 입은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봉사 덕분이라는 것을 알 때 좋은 삶을 이룰 거 같습니다. 덕분을 알았으면 감사의 마음이 일어나야 합니다. 감사는 마음에 간직하는 게 아니라, 말과 몸짓으로 드러내야 행복해집니다. 덕분의 마음이 일어나 감사의 표현으로 지낸다면 우리의 평생은 조화로운 평화를 얻을 겁니다. 장애 학생과 반투족 아이들의 모습에는 그런 꿈이 있어서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천하무인(天下無人)’이라는 묵자의 말씀을 참 즐겨 씁니다. ‘세상에 남이란 없다’는 뜻입니다. 나와 너의 나뉨 없이 서로 돕고 자라도록 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아이들과 ‘덕분입니다’ 라고 입말로 인사를 하면서 지냅니다. 철학을 가지고 실천하는 배움터를 만들어가자는 삼십 년 넘는 저의 교육관입니다. 그래서 학생을 천 번 만나도 천 번 먼저 절을 하자고 마음먹습니다. 나를 먼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에게 인사를 하면 된다고 몇 마디를 말을 하니, 학생들은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며 예를 다합니다. 그러다가 스무 명 정도는 저를 만나면 손을 바닥에 대고 큰절을 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배우지 않으면 교육이 설 수 없다고 여깁니다. 서로 덕분 맞절을 하면서 학생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잘 생겼어요’ 하면서 지냅니다. 내 몸을 낮추는 일은 내 마음을 겸손하게 합니다. 그러니 손가락 하나를 구부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숙이면 사람의 사이가 좋아집니다. 이웃이 부족하면 채워주고, 남으면 나눠주는 오래된 약속의 밑바탕에는 이런 덕분과 감사의 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면 고마운 마음으로 우리는 행복할 거라고 믿습니다. 덕분입니다.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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