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일까 간섭일까

▲ 충청북도곰두리체육관 안 종 태 관장

돌이켜 생각해보면, 열악한 직무환경 속에서도 사회복지사로서 30여년 복지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함께 버텨주었던 동료와 선・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에너지의 원천은 끈끈한 연대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얼마 전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직원이 병가에 들어갔다. 안부 확인차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쉬는데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편 전화 한통 없는 동료가 서운하진 않을까 마음이 쓰였지만, 결국 업무복귀 후에나 인사를 전했다.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하자 사생활에 대한 간섭으로 느낄 수 있으니 요즘은 휴가 다녀온 직원에게 잘 쉬고 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등을 묻는 것조차 조심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아니, 간섭이라니, 간섭은 상대방의 일에 강제적으로 개입한다는 뜻 아닌가? 물론 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그 이상의 정서적 유대감을 기대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된 것일까?

당시 ‘그건 관심이지!’라며 항변했지만, 이내 관심과 간섭을 구분 짓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 차이는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정리해두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나의 이목을 끈 뉴스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을 줄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길 수 있는 데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대면 회의의 번거로움이 줄고, 점심시간 상사와의 감정노동을 줄일 수 있으며, 퇴근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회식이 사라져 좋았고 업무효율성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이후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들에게 일에 따르는 경제적 보상, 효율성이 아닌 인간관계 등의 다른 가치는 직무만족도의 중요한 요인이 아닌 듯 보인다.

출근도 못하고 사람들도 마음 껏 만나지 못하는 시국이 길어질수록 여럿이 어울려 식사하고, 잠시 짬을 내 대화를 나누던 티타임을 그리워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감정노동, 업무 외 노동 쯤으로 여겨졌다니 참 씁쓸하다. 당연하다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오던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사실 복지현장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복지기관에도 크고 작은 변화는 있었다. 이용자에게 제공되던 단체급식은 간편식으로 개별적으로 지원하게 되었고, 간담회 등 식사자리로 이어지던 회의나 다과시간은 제한되었다. 이용자도 종사자도 직접 대면해서 소통할 기회는 줄었고, 온라인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온라인 비대면 회의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뿐더러 이동시간, 불필요한 준비 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으니 업무효율성이 높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대면 회의였다면 보다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협업을 이끌어 냈을 수도 있을테니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회의결과나 성과와 상관없이 회의를 마친 후 남겨지는 감정은 분면 대면 회의와는 사뭇 다르다.

어느덧 일상으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엔데믹을 논하는 시기가 왔다. 우리는 피곤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변화들에 적응했고, 우리에게 당연하게 자리 잡은 것들이 많다. 그만큼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 아직은 동료-선후배 간에 끈끈한 연대감을 만들어 주었던 것들을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진정어린 관심이 상대방에게도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와 닿을 수 있는 관계맺음이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