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는 사회 -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 이 병 하 (충북도의회 전문위원)

“그래도 내 집이 제일 편하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며 편하게 대해 준다고 해도 내 집만 못하다. 예전 시골 어르신들이 아들 며느리 집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시원한 냉수 한잔 들이 키고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이다. 노약해진 몸을 이끌고 정든 고향을 떠나 자식이 터잡은 도심지로 거처를 옮긴 어르신들도 살던 곳에서는 어느 곳이든 다 꿰차고 있고 마음껏 왔다 갔다 하는데 혼자 밖에 다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아파트는 답답하다고 푸념하시곤 한다.

익숙한 것은 편하게 느껴진다.

자식들이 하지 말하고 하는 것들과 불편해하며 화를 내는 것들조차 부모님들께는 익숙한 일상이고 때론 낙(樂)이다. 가을 고추 딴다고 자식들에게 전화하면 자식들은 올해까지만 하고 이제 좀 쉬시라고, 정리하고 올라오시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높인다. 차라리 사 먹는 게 더 싸다고. 나이가 들수록 농사가 힘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홀로 생활하거나 매년 더 굽어지는 부모님의 건강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걱정해 주는 자식이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다. 모실 형편이 안 돼서, 또는 자식이 없거나 단절로 혼자 생활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시골에 있는 주택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보다 주택은 춥고 손이 많이 간다. 아파트는 다 콘크리트로 가려져서 전선이나 골조가 보이지 않지만 연식이 오래된 농가주택은 대부분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지금은 쓰이지 않을 것 같은 색 바랜 얇은 전선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살림살이 동선도 주방, 화장실, 침실, 거실이 한 걸음에 이동 가능한 아파트에 비해 녹녹치 않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오래되고 익숙한 삶의 터전이었기에 이곳을 떠나 타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정서적으로 쉽지 않다. 자식들이 떠나고, 남편이나 아내마저 떠나보낸 뒤 혼자가 되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세상으로 변했다.

충북만 하더라도 1인가구수는 2016년 185,000가구에서 2020년 219.000가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빈곤, 고독, 사고 위험과 안전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돌봄이 필요한 고령 1인 가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주거환경개선ㆍ보건의료ㆍ요양ㆍ돌봄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지역실정에 맞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제공 모델을 검증ㆍ보완하여 다양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개발하는 선도사업이 종료되면, 내년부터 2025년까지 커뮤니티케어 제공기반을 구축하고,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2026년부터는 커뮤니티케어 제공이 보편적으로 시행된다.

□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의 의미

• 노화ㆍ사고ㆍ질환ㆍ장애 등으로 케어가 필요한 주민(노인, 장애인 등)이 평소 살던 곳(자기 집, 그룹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적인 일상생활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

이는 상당히 선진적인 복지시스템이며, 지속가능한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또한, 일상생활은 문 닫고 들어가서 이루어지는 집안 생활뿐만 아니라 오고 가는 길이며 만나는 주변 이웃들과의 전반적인 소통까지를 말한다. 즉 커뮤니티케어 정책에는 내가 사는 동네에 필요로 하는 것이 구비되어 있고 위급 상황 발생 시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경제력, 정신적ㆍ신체적 장애 등 어떤 이유에서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지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 차원의 복지시스템 구축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함께 연계·협력지원망이 체계적으로 가동되어야 하고, 여기에 주민들의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산과 적극적 협력도 추동해내야 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내가 평소 살던 곳에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사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 책임 하에 적정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 바텀 업(bottom-up) 방식으로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의 기본형을 구축하고 이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이를 지체됨 없이 추진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우리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개진 등을 통한 참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