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그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나보다.

차마 믿을 수 없는 참사로 생때같은 자식을,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마음에야 비할 바가 있으랴마는, 우리 사회는 지금 비탄에 빠져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니만큼, “뭣이 중한디?”, 허탈하고, 진심으로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근원의 물음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 2022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다리가 무너진 것도 아니고, 건물이 붕괴된 것도 아니며, 20중 30중 고속도로 추돌사고가 난 것도 아닐진데, 축제의 현장에서 20대 꽃다운 청춘들이 모처럼만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찾아간 이태원 골목길에서 꼼짝없이 사람에 의해 압사를 당했다는 사실이 차마 믿겨지지 않으며, 분노가 치솟는다.

매년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는 이어져왔다. 자본의 시대, 경쟁과 불안에 시달리는 청춘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키워드로 이태원은 그렇게 상징된 것이 아닐까?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고, 코로나 이후에도 매년 이날, 뉴스에서 우리는 간혹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들이었을지 모르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음주가무를 TV를 통해 전해보았고, 그때마다 경찰들의 통제하에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던 청춘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해방구인 듯 그렇게 갈망하듯 바라보았던 생각도 난다. 더군다나 마스크를 벗고 처음 맞이하는 할로윈 축제라면 이미 예고된 참사가 아니었을까? 10만이 운집하는 대형 행사에 경찰과 지자체의 대응은 너무도 안일하였다. 좁은 취업시장에 대한 불안과 당장 목전에 있는 시험 등, 그야말로 경쟁사회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해방되고자 그날 그 축제를 찾았을 청춘들에게, 그날 그곳에 간 것이 그토록 죽을 죄였던 것이냐 말이다.단 몇 명의 질서 통제 인원만 배치되었던들,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참사가 일어나고, 정부와 경찰의 입장 표명은 더욱 가관이다. “주최측이 있는 행사가 아니었으니, 행정관청의 책임이 아니다. 통제인원 몇 명을 배치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일종의 사회현상일 뿐이다.” 이후 밝혀지는 당일 현장의 상황들은 우리를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이미 이른 시간부터 행사 참가자들이 압사가 우려된다는 수차례 112 신고에도 초동 대응 부재, 행사 개최 전, 지자체에 대한 질서관리요원 배치 등 상인회의 요구는 묵살되었고, 지자체의 허술한 대응계획에는, 교통통제 등 질서관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계획은 부재한 채, 행사 참여자의 과도한 노출 등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경범죄 처리 방안, 사후 쓰레기 처리방안 등을 주요 골자로 했다는 것은 참으로 국가는 그날 어디에 있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주최가 명확하지 않은 행사시에,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닌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가동되라고 우리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며, 그런 일을 자임하는 누군가에게 한표를 던졌다. 그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받은 우리는 단 한명도 국가로부터 포기되어서는 안되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다. 그것이 공공성의 발현이며, 공권력의 책임인 것이다.

참사 이후 그날 그곳에서 대대적인 마약 단속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당일 사복 경찰이 수십명 잠입해 있었을 뿐, 마약사범 색출에 찬물을 끼얹는 정복 경찰이 배치되는 것은 당국의 수사방해에 해당하므로 더욱 배치가 안된 것이 아니겠냐는 정치평론가의 해석을 듣고는 분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뭣이 중한디? 자신들의 치적을 쌓는 일에 골몰한 나머지, 사람은 뒷전이었다는 해석을 나는 믿을 수 없다. 그렇게 선 자리 그대로 생때같은 청춘들이 156명이 압사당하고 같은 수가 부상을 입는 전대미문의 참사가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게 된 것이다. 10만명이 운집해있던 그날 서울 한복판 이태원의 좁은 골목안에 국가는 없었다. 팬더믹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엠티도 축제도 한번 변변히 못해 보았을 이 참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20대로 세월호를 겪은 세대들이다. 얌전히 구조를 기다리면 될 것이라는 안내방송에 무참히 수장되었던 우리 청춘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112 신고를 했음에도 오지 않는 경찰, 공권력을 대하며, 과연 우리는 이들에게 다시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복지현장을 지키며 우리는 끊임없이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최소한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는 그렇게 공공성을 이야기했던 것인데,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더욱 진상에 대한 규명은 필요하다. 지금은 애도를 해야 할 때라며, 애도의 규정을 제시하는 정부 말고, 국가는 무엇인지, 어떤 책임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규명해 내는 과정에서 국민으로서 다시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그날 그 참화의 현장에서 단 한사람을 더 살려내려는 노력을 했던 처절했던 숭고한 시민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정치행위가 아니고 오직 국민으로서의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곧 치유의 시간이기를 바래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