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보다 빠른 이웃이란 레이더

▲ 최은희(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들과 연말모임 겸 옷을 사러 갔다. 맘에 드는 옷의 가격을 물으니 예상보다 훨씬 비싸 작년 예산으로는 비슷한 옷을 살 수가 없었다. 생활범위가 넓지 않아 식비, 영화비, 관리비에서만 체감하던 물가인상을 옷값으로 인해 제대로 느꼈다. 경제활동을 한 이후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끼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지난 2일 통계청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1월 의류 및 신발소비자 물가지수는 107.33(2020년 100)으로 작년 11월보다 5.5% 상승하였고 이는 음식 및 숙박(8.6%), 기타 상품 및 서비스(8.6%),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7.3%)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고물가, 고금리에 취약계층은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옷이야 안사면 그만이지만 식품비, 공공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고 가계부담은 소득분위가 낮아질수록 더 높다. 김회재 의원실의 2021년과 2022년 3분기 종사상 지위별 평균 실질소득 자료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가구는 607만1656원에서 576만5463만원으로 30만원(5%), 임시근로자는 302만7198원에서 287만1515원으로 15만원(5.1%), 일용근로자는 321만5080원에서 303만6242원으로 18만원(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근로자 보다 고용취약계층인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의 실질소득 감소 폭이 더 컸다.

모두가 팍팍하게 살고있는 2022년이지만 과중한 부채, 공과금 체납, 난방비 증가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구의 올 겨울은 더욱 힘들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 아래로 떨어져 본 적 없는 가구가 안전망 아래로 떨어졌을 때 도움 요청을 위한 정보는 부재하고 사각지대 발굴 사회복지시스템 마저 빠르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11월 말 들려온 서대문구 신촌 모녀 사건에 마음이 무겁다. 정부의 사각지대 발굴은 빅데이터를 통해 정교해졌으나 이웃의 관심만큼 정확하고 빠른 것은 없다. 아파트살이를 하는 사람에게 이웃이란 단어가 낯설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가까이 있는 이웃을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