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쿨~한 부모가 되려고 애쓰지 마라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규철 교수

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사랑이 넘치는 날들이다. 부모에겐 로망이 있다.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며 사는 것이다. 이른바 쿨~한 부모로 멋지게 살고 싶은 것인데, 참, 쉽지 않다. 가끔 자식이 선을 넘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친구처럼 자식을 대하는 쿨~한 부모가 되어 보겠다고 행동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식으로부터의 작은 공격(?)을 받고나서는 ‘어? 이게 뭐지?’하며 쿨~한 부모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노력을 의심하게 된다. ‘뭐가 잘못된 거지?’ 그 때 그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내공 있는 부모는 드물다. 모든 부모는 부모노릇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식도 자식노릇이 처음이기에 그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 초보부모와 초보자식의 좌충우돌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선을 넘는 자식이 불편하다면, 그때부터라도 쿨~한 부모 되기를 그만두면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돌아가 그냥 반듯한 부모로 살면 된다. 모범적인 부모로 살면 자식에게도 좋고 부모에게도 좋다. 자식은 부모가 친구가 아니고 부모임을 알 수 있으니 불효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어 좋고, 부모는 자식이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아 자식의 불효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니 기분 나빠질 이유도 없다. 어쩌면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것보다 반듯한 부모가 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자 했던 것은 반듯한 부모가 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였지 않았던가. 어쨌든 자식에게 부모는 이 세상에 와서 처음 만나는 세계이다. 부모는 자식의 가장 안전한 울타리이기도 하다. 자식에겐 강건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가 필요하다.

잊지 마시라. 자식에게 친구는 부모 말고도 너무 많지만, 부모는 오직 두 사람뿐이다. 그러니 반듯한 부모가 되는 것은 자식에게 부모를 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가 행복해진다. 원래 자식은 친구가 아니었다.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도 실수를 하고, 자식도 실수를 하니까. 그러니 꾸준히 친구로 지내기가 어렵다면 그냥 본 받을만한 부모가 되는 것이 더 낫다. 나도, 자식도, 가족도 화목해진다. 그만큼만 해도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에 충분하다. 괜히 쿨~한 척 허세(?)를 부리다가 자식도 망치고 나도 망친다.

자식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려 한다. 독립을 위한 몸부림의 과정에서 부모의 뜻을 거스르기도 한다. 정상이다. 잘못된 일이 아니다. 자식의 반항은 성장과정에서 오는 당연한 현상이다. 만약 반항의 과정이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자식은 때가 되면 독립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부모는 가능한 한 자식을 지켜주려고 한다. 도와주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다. 때론 그 마음이 과하여 자식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망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와 자식은 서로 사소하게 충돌하면서 사랑을 쌓아가고 확인해간다. 충돌을 통해 서로 보완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우리 행복한 삶의 모습이다.

자식과 부모, 각자의 역할이 있다. 자식을 친구처럼 대해주려는 부모를 만난 자식은 자신은 좋은 부모를 만난 행운아라 생각하고 더더욱 부모를 깍듯하게 대하는 것이 자식의 역할이다. 친구 같은 부모와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맞고 틀림,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는 아무리 자식이 불효를 저지른다고 해도 사랑으로 감싸주고 타이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내치지 말아야 한다. 부모니까. 이도 맞고 틀림,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자식은 부모가 친근하게 대해줄수록 오히려 깍듯해야 하고, 부모는 자식과 친근하게 지내면서도 친구가 아니라 부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며 사는 것은 부모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도 괜찮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사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살아가는 것도 좋다. 그래야 부모가 다치지 않는다. 자식이 다치지 않는다. 그것을 억지로 바로잡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부모의 마음을 다치게 되고, 자식에겐 마음에 없던 불효를 더 저지르게 부추길 수도 있다. 혹시 아는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충실하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쿨~한 부모자식관계, 즉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며 원만하게 살게 될 수도 있을지.

사랑이 필요한 가정의 달에 괜히 해본 객쩍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