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 아내를 맞이하다

양준석 (행동하는 복지연합 사무국장)

▲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내 아내가 인도인이 되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올해로 결혼 7년차가 된다. 처음 한국인 아내를 맞이했다. 7년차인 올해 나의 아내는 인도인이 되었다. 여기까지 모두 의아해 할 것이다.

아내는 11년간의 복지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퇴직을 하였다. 너무도 좋아하는 일이지만 여러 가지 여건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기 보다는 소진에 가까운 시간들을 보내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평소 그리 말이 많지 않은 우리였기에 그저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기 바뻤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이 서로 미안하다는 맘도 들기 시작했다.

무늬만 부부이지 일주일에 한끼 밥을 먹으면 다행인 날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다가 지난 가을쯤 내가 질문을 했다. 당신 행복한가? 가정만이 아니라 직장도 포함한 질문이었다. 그녀의 답은 좋은 직장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기는 하지만 숨을 돌리고자 한다 했다. 그래서 난 바로 그렇게 해라 라고 답을 한다.

그러더니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어도 되느냐고 다시 질문을 한다. ‘응’ 간단히 답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에서 그래도 자신이 생활비를 벌어 나를 뒷받침하고 있기에 자신보다는 나를 위한 배려가 그동안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좀 당황스러웠다. 나도 나름 많은 벌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활은 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를 위한 희생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던거다. 난 언제든지 나를 찾아서 떠나는 삶을 살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 언제든지 떠나고자 하면 떠나보내줄 맘이 늘 함께 하고 있었다.

이제사 그녀의 맘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린 즐거운 설계를 하였다. 일단 올해까지는 일을 마무리하고 내년 1~2달 준비해서 세계여행을 떠나는 거다. 언제 올지 모르는 여행이기에 편도만을 끊어서 떠나겠다 한다. 좋다고 했다.

대신 난 한가지 부탁을 했다. 아내의 첫여행이 인도였으면 한다고 했다. 내가 그나마 이렇게 성장하고 생활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인도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부분이 나를 만들어 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것이기에 아내도 그 에너지를 느꼈으면 했다. 아내도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 했다.

그래서 아내는 올해 2월에 인도로 솔로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인도 이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등등을 여행할 계획임) 이런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같은 질문들을 한다.

먼저 ‘위험하지 않는가’라고 한다. 난 이렇게 대답한다. ‘내 아내를 위험한 곳에 보내겠는가’ 몇몇 언론의 가쉽거리 기사로 인도자체를 불경한 나라로 생각하게 하는 태도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임을 15년여의 여행을 통해 확인하고 확인한 바다.

두 번째 질문은 ‘다녀와서 무얼해서 먹고 살거인가?’다. 난 걱정하지 않는다 했다.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한참 남은 삶을 미리 재단하려 하는가. 한편으로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라는 작은 공간에서 아등바등 사는 삶의 모습을 넘어 넓은 세상에서 트랜드도 확인하고 다양한 아이템을 한국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그 세상을 경험한 사람이 돌아와서 할 일이 없겠는가. 필자 역시 하고자 하는일들이 너무도 많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그저 무색무취한 삶의 단조로움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삶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는 궁금증에 지나지 않는다. 요 며칠 페이스북에서 아내의 활동을 본다. 능청스럽게 이방인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예상대로 잘 지내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여행자들을 만나는 행복한 모습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하는 부부도 만나고, 이민을 준비하는 젊은 여성도 만나고 대학을 중퇴하고 고아 해변을 전전하는 중년남성도 만나고 ... 홀로 떠난 여행이지만 늘 함께 하는 여행을 한다. 그런 그녀가 대견스럽다. 이제 나의 아내는 인도인이 되어간다. 행복한!

왜 이렇게 나의 아내 자랑질인가. 언젠가부터 강의 다니고 만남이 있을때마다 사회복지사들이 떠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쉼없이 이야기 한다. 지금도 역시.

‘떠남은 만남’이라고 했다. 수많은 지역주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사회복지사가 그저 천사일수는 없다. 여러 가지 신선한 정보도 접하고 다양한 경험속에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가져야 함에도 합리적이지 못한 서류더미에 지쳐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본다. 프로그램의 목적이나 목표와 달리 실적 중심의 사업에 젊음을 받쳐야 하는 안타까운 삶을 본다. 그렇게 열심히 일은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과연 우리 스스로가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는 사회복지사들이 단순한 전문가로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리더로서 사람중심의 세상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그러기 위해서 복지는 물론 다른 분야에 대한 넓고 깊은 경험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 그럴러면 스스로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더 다듬어 가야 한다. 그런 경험들이 성장해서 자신들이 더욱 큰 존재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런 인자들이 많아질 때 복지하기 좋은 세상,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될 수 있음이다.

자 이제 떠나는 연습과 행동을 하자. 며칠의 휴가가 때론 퇴직이 조직을 힘들게 하고 나를 사회이탈자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요 실천임을 확인하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여행은 ‘머리에서 발끝’이라고 했다.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그렇게 어려움이다. 어려움을 이기는 자가 결국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