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타이타닉 그리고 직업윤리

김영석(충북희망복지연구소장 / 사회복지사)

▲ 김영석(충북희망복지연구소장 / 사회복지사)

저는 3년 전 그날 아침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의 침몰..

그 참사로 시신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침몰 사고 생존자 172명 중 절반 이상은 해양경찰보다 약 40분 늦게 도착한 어선 등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되었습니다. 아직도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인양을 미뤄오다가 2017년 3월 10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고, 12일 후인 3월 22일부터 인양을 시작했고 지금은 목포 신안에 도착해 육지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3년을 끌어오던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밝혀질까요? 과연 미수습자 9명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제군들, 수고했다.
자네들은 임무에 최선을 다했네.
그것도 아주 잘 ~
나는 자네들에게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자네들의 임무는 이제 끝났다.
바다가 얼마나 험한 곳인지 이제 잘 알 것이다.
이제 자네들의 살길을 찾아라.
신의 가호가 있기를......."

타이타닉호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이 배와 최후를 맞이하기 전 선원들에게 배에서 탈출하라며 내린 명령입니다.

타이타닉 선장과 세월호 선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국적, 경력, 운항선박 규모 등)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긴급 상황 발생 시 자신이 운전하는 선박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당시 타이타닉 선장은 긴급 상황을 맞아 구조를 위해서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여자와 아이들 먼저 구명보트를 통해 탈출을 시키고(남성 생존율은 20%였지만 아동과 여성의 생존율은 74%라 함), 자신은 마지막까지 배를 지키다가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침몰합니다.

반면, 세월호 선장은 긴급 상황을 맞아, 선원들 개인의 안전만을 생각하여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선내의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도주 하였고, 이는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해양 인명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직업윤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선장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혀 상반된 행동을 보인 세월호 선장과 타이타닉호 선장...

제가 대학에서 사회복지라는 학문을 접하고,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 1987년 4월 17일입니다. 세월호가 물에 빠진 그날이 제가 사회복지현장에 진출한 27주년 되는 날이었고, 그날 저는 혼자만의 조용한 자축파티를 준비하고 있던 날 이었습니다. 물론 세월호 참사로 그날 혼자만의 자축은 취소되었지만 .....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저에게는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날로 기억 속에 남게 된 것입니다.

올해가 저에게는 사회복지현장 진출 3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날 이지만, 아마도 그냥 조용히 지나쳐야 할 듯합니다. 아직도 배가 왜 침몰했는지, 제주도 수학여행 간다고 좋아 떠난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았기에, 나의 30주년 자축행사도 노란 리본을 기억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난 사회복지현장에서 무엇을 했는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갖고 직업윤리에 최선을 다 했는지 고민이 많은 요즈음입니다. 제가 현장을 떠나 어딘가에 머무를 때 과연 저라는 존재를 제가 머물렀던 지역에서는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승객 탈출 임무를 책임졌던 타이타닉호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 스미스의 업적을 기리고자 그의 고향인 영국 리치필드에서는 배와 운명을 함께한 스미스 선장의 동상을 세우고, 동판에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라는 그의 마지막 말을 새겼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마무리는 많은 고민과 고통을 수반합니다. 이제 저도 사회복지사로서 살아온 30년이라는 과거를 돌아보며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름 지난 세월최선을 다했다고 자평은 하지만, 일부 다수의 사회복지사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입술로만 사회복지를 하다가 떠났다”는 평가를, 저도 받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