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인정’차별받지 말아야
 

                                                                           이병하(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 전문위원)
 

▲ 이병하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전문위원

지난 7월16일 우리 충북은 20년 만에 큰 수해를 입었습니다.

사망5명, 이재민 2,539명에 주택 969동 침수, 농작물, 농경지, 공공시설 등 총 피해액이 54,669백만원에 이릅니다.

특히 청주시와 괴산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구요.

충북도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한마음으로 피해복구 봉사활동에 참여해 수해를 당한 분들께 힘과 용기를 준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한 사건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박 모씨(만 50세)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를 둔 아빠로 충북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도로 보수원으로 십여 년을 일해 온 분입니다.

박 모씨와 같은 충북 도로관리사업소 도로보수원들은 현재 77명으로, 파손된 도로의 복구, 도로변 잡초제거, 재설과 재해 시 도로복구 작업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훈령에는, 1인당, 2차도로 이하는 15km 이내, 4차도로 이상은 10km 이내, 그리고 비포장도로는 8km 이내를 관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계속된 인원 감축으로 현재는 일 인당 22km 정도의 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구요.

폭우가 쏟아지던 7월16일 그날, 박 모씨는 새벽6시 비상소집령을 받고 호출되어 오전 7시부터 밤9시 까지 무려 14시간 동안 유출된 토사를 치우는 작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다 쓰러진 채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영영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박 모씨는 집중호우 속에서 소중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공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순직인정을 받을 수 없었지요.

「국가유공자법」제4조를 보면, 순직 군경과 순직 공무원에 대한 정의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순직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나 현행법은 모든 국민이 순직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군경, 정규 공무원, 청원경찰 등 일부 신분에 대해서만 순직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무기계약직이었던 박 모씨의 경우에는, 공무 중 사망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순직인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정년은 보장 되지만, 현행법 상 정규 공무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공무원 연금법 시행령」제2조에 따라,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할 경우, 정규 공무원이 아닌 비공무원들(무기계약직 포함)도 순직인정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특별한 경우일 뿐 보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지난 7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은 개인 성명을 통해, "국가는 공무 중 사망한 자가 공무원 신분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주로서 피고용인의 재해보상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고, 동일한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경우, 현행 법률에서 정한 정규 공무원 등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순직'이 아닌 '업무상 재해 중 사망'으로 처리하는 것은, 헌법 등이 보장하는 평등권 위반의 차별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밝히고, 법과 제도의 개선을 인사혁신처장에게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소중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어도, 누구는 정규 공무원이라 되고, 누구는 계약직이라 안된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해, 인사처에서는 공무수행 중 사망한 공무원이 아닌 자들에 대해서도 순직을 인정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정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하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국민의식도 높아지고 있고, 정치 및 제도적 분야에서도 국민의 관심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박 모씨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행법 상 불평등 및 차별적 요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