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사회’
 

                                                                            청주삼겹살거리 발전위원장 김동진

▲ 김동진 청주삼겹살거리 발전위원장

‘희망얼굴’은 자신의 일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나 지역사회에 희망을 준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충북도교육청 지 모(54) 장학관이 페이스북 상에서 이런 사람들을 임의로 선정해 캐리커처를 그려주면서 자연스럽게 결성된 오프라인 모임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1천여 명의 희망얼굴 캐리커처가 그려졌으며 이 가운데 5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 장학관은 희망얼굴 캐리커처를 그리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소위 말썽꾸러기들을 많이 봐 왔다. 떼론 훈계를 하기도 하고 때론 혼줄도 내주면서 문제아들을 교화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그쳤다. 다른 선생님들도 이미 비슷한 시도들을 하고 나서 문제아들에 대한 지도를 포기하다시피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한 학생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게 되었는데 녀석이 의외로 고분고분해졌다. 캐리커처 밑에 짧고 명쾌한 문구를 써넣었는데 이것을 받은 학생은 선생님이 자신을 인정해준다고 믿고 스스로 변화해 갔다.

그렇게 학생들 지도방법으로 시작한 캐리커처 선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이후 희망얼굴이라고 캐리커처 이름을 붙인 뒤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진 희망얼굴은 지역사회 희망과 긍정과 인정의 코드가 되었다.

비록 희망얼굴을 그려주는 주체가 개인인데다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얼굴 당사자들은 자신이 SNS 공개석상에서 누구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자부심에서 더욱 희망적인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확신인 동시에 미래의 자신에 대한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는 정신적 비타민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나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인간이 갈망하는 본성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가슴뼈 아래 티모스라는 곳이 있어 이곳에서 용기와 기백, 또는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나온다고 믿었다. 인정투쟁이라는 말을 사용한 헤겔의 주장처럼 일반적으로 투쟁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호주관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며 바꿔 말하면 상호 인정하는 윤리론적 문화가 정착되면 인간 사이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생체신호분석 전문가인 조 모(59)교수는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올려주는 덕성 덕분에 ‘희망얼굴’이 되었다. 소아마비라는 선천성 장애를 극복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미개척 분야에 속하는 생체신호 분석학의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면서도 이웃 사람들과 지역 공동체 발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그의 지도력과 봉사정신을 인정받아 그는 현재 1천여 명에 이르는 희망얼굴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조 교수는 자신이 희망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뒤 더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청주시 율량동 소재 진지박물관을 운영하는 김 모(46)관장은 주로 우리나라 음식 관련 고서에 나오는 기록을 중심으로 ‘뿌리 있는 음식’을 재현하는 독특한 분야의 전문가이다. 박물관 이름이 밥을 높여 부르는 진지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김 관장은 음식의 홍수시대에 한 끼 식사의 중요성을 알려주고자 한다.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덕으로 문화재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다 1년 전부터 박물관장직을 맡고 있다. 박물관장 취임 다음 날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으로 실의에 빠져 있다가 슬픔을 초극하기 위해 음식 연구에 더욱 심취해 있다. 김 관장 역시 희망얼굴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연구를 통해 재현된 음식들이 현대인들의 건강한 식탁에 오르길 간구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삼겹살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52)대표는 처음으로 청주의 대표음식으로서 삼겹살과 청주의 음식특화거리로서 청주삼겹살거리를 제안한 장본인이다. 신문사 기자출신인 김 대표는 청주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고, 그 대표음식을 집단화한 음식거리가 있다면 지역을 홍보하고 외지인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지난 2010년 가을에 청주시에 청주삼겹살거리를 제안했으며 이후 직접 식당을 차려 삼겹살거리 활성화에 전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 초 자신의 이 같은 노력이 인정을 받아 희망얼굴에 포함된 것을 알고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역사학도인 대학교 4학년인 김 모(23)씨는 요즘 청주지역 대표 청년리포터로 통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학을 현실에 적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느새 청주 마당발이자 청주기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역 현안들에 대해 분석적으로 취재하고, 지역 인사들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탐구하면서 어느 현직 기자 못지않게 취재력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그대로 기사화되어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온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희망얼굴로 인정을 받으면서 김 씨는 본격적으로 기자시험을 준비한 뒤 민완기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희망얼굴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자립의지를 키워주기 위해 담쟁이 국수를 만드는 학생운동가 출신의 시민단체 회원이 있는가 하면, 청주의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를 위해 탁월한 기획력을 발휘하는 문화기획가도 있고, 현직 의원이 아니면서도 몇 년째 곳곳의 민원 현장을 찾아 해결해주며 지방자치시대 시민자치 역량을 고취하는 기초의원 지망생도 있고, 건축사를 그만둔 뒤 청주에 토종 식물원을 차리겠다며 몇 년째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우는 농민도 있다.

희망얼굴의 기획자 지 장학관은 “모든 사람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자신의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믿고 있기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희망얼굴이라고 본다. 자신이 인정받고 싶은 만큼 남들에 대해서도 인정해주는 문화가 정착되는 곳이 바로 희망사회이며 상호인정은 보편적 복지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