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만도 못한 인간

                                                                                                      시인 신준수

▲ 신준수 시인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교통사고로 오랫동안 누워 있는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와 4살 아들의 사연이 공개되었다.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남편을 두고 ‘식물이간’이라고 표현 했다.

국어사전에서 '식물인간'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대뇌의 상해로 의식이나 운동성은 없으나 뇌간부 이하에 이상이 없기 때문에 호흡이나 순환은 유지되는 환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식물은 우리 인간들처럼 언어능력이 발달되어 있지 않을 뿐 의식이나 운동성은 인간들보다 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나무는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려 살아가는데 중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새로운 봄을 묵묵히 기다릴 줄도 안다. 이는 식물이 의식이나 운동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침엽수인 소나무, 노간주나무, 가문비나무, 구상나무는 수많은 잎을 달고 있지만 줄기를 따라 배열되어 있는 잎이 하나도 겹침이 없다. 완벽한 공간적 배치를 이룬다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양보의 미덕이고, 그들만의 질서인 것이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들의 잔혹한 행태를 언론을 통해 보고 듣는다. 아니, 내 이웃 내 주위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안심콜 등록이 필수가 되었고, 딸을 둔 부모들은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하다. 안심콜은 사전에 미리 소방재청 웹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응급상황시 등록된 전화번호 도는 119버튼을 누르면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식물들은 우리 인간들과 상반된 모습이다. 물론 식물이 수학적 계산을 한다는 것은 억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식물체가 갖는 고도의 질서 체계이다. 장미가 온몸에 가시를 달고 있다 해도 그것은 누구에게 상체기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기 방어일 뿐이다. 식물이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구조를 이루어 수적 질서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처럼 욕심내어 다투는 일 없이 언제나 자연의 순리에 순응한다.

식물의 끝에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돌아갈 흙이 있다. 나무가 내쉬는 공기로 사람이 숨을 쉬고, 나무가 살고 있는 공간에 사람의 위안이 있는 것이다.

세조가 행차 할 때 가지를 올려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고, 나라에 우환이 있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나무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식물이 운동성이나 의식이 없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는 인간들의 작태는 분명 '식물만도 못한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