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라, 부지런해라
 

                                                                        서원대학교 김규철 교수

▲ 서원대학교 김규철 교수

정약용이 제자 황상에게 문사(文史)를 공부하기를 권했다. 황상은 쭈뼛쭈뼛 하며 사양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 제가 머리도 나쁘고, 앞뒤가 꽉 막혔고, 분별력도 모자랍니다. 그래도 가능할까요?”

그러자 정약용이 말했다.

“그럼 가능하고말고. 항상 문제는 총명하고 민첩한 데서 생기는 법이야. 한번만 보면 척척 외우는 사람들은 그 뜻을 음미하지 않으니 금세 잊어버린다. 제목만 주면 글을 잘 지어내는 사람은 똑똑하지만 저도 모르게 경박하고 들뜨게 되어 문제가 된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들은 곱씹지 않으므로 깊이가 없지. 너처럼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대단하겠니? 둔한 것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들지만, 일단 뚫고 나면 웬만해서는 막히지 않는 큰 구멍이 뚫릴 거다. 미욱한 것을 닦고 또 닦으면 마침내 그 광채가 눈부시게 될 거야. 그러자면 첫째도 부지런함이요, 둘째도 부지런함이며, 셋째도 부지런함이 있을 뿐이다. 너는 평생 ‘부지런함’을 잊지 말도록 해라. 부지런하기 위해서는 네 마음을 다잡아서 딴 데로 달아나지 않도록 꼭 붙들어 매야 한다. 그럴 수 있겠니?”

황상은 스승의 이 가르침을 평생을 두고 잊지 않았다. 훌륭한 문장가가 되었다. 그 증거는 그가 스승에게 그 말을 들은 지 61년이 지나서 쓴 그의 글 <임술기 壬戌記>란 글에서 나타난다. (위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위의 내용은 p.182 언저리에 있다.)

우리는 흔히 생각하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특별한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틀렸다. 지금까지 나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다른 것과 결합하고, 연상하고, 반대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라고 하였다.

오늘은 그 마지막 방법을 소개한다. 위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가 없어 꽉 막힌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문제를 다시 정의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침대가 하나 있다고 하자. 대부분의 침대는 사각형이다. 그렇다면 침대는 사각이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그런데 침대는 사각형이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하면 사각형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다행히 사각형에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끝끝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침대란 무엇인가? ‘잠을 자기 위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잠을 자기 위한 것이라면 꼭 사각형일 필요가 있겠는가? 둥근 침대가 되어도 되고, 삼각형 침대가 되어도 된다. 물론 육각형 침대가 되어도 된다. 얼마든지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침대가 사각형인 이유는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사각형으로 규격화 하면 재료도 적게 들고, 공간 활용도 쉽기 때문이었다. 좁은 방을 넓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각형 침대가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침대의 형태가 고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침대는 ‘잠을 자기 위한 것’이다. 잠만 편하게 잘 수 있다면 침대는 어떤 형태가 되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이렇듯 질문이 달라지면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부지런함이다. 끈질김이다. 성실함이다. 번득이는 ‘그 무엇’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만약 번득이는 그 무엇을 기다린다면 당신은 서서히 무능력자가 되어갈 것이다.

나는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아이디어는 문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한 결과’다. 무엇이든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는 능력이 창의력이고,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는 행위가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는 마음이 창의성이 된다. 나아가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바로 최고의 창작자다. 바로 그가 모든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인 것이다.

이제 왜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아이디어 발견의 예시로 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나는 천재가 아니다. 물론 여러분들도 천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나 나나,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한다면 천재라고 불려 지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나는 그렇게 믿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