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현장 내가 만들자!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행복까페 사회디자이너)

▲ 양준석(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늘 고민이다. 함께 하는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지만 그리고 작은 실험들을 했지만 늘 그 자리에 남는 사람들이 지속적이지 않다.

정치를 바꾸자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바꿀것인가를 생각하고, 복지환경을 어떻게 바꿀것인가를 생각하고, 복지인들이 행복한 복지가 뭘까를 생각하고, 가난이 없는 행복한 공동체를 생각하고 ... 그런후 작은 실험적인 행동들을 진행했다. 20여년의 시간이다. 뭐가 달라졌을까? 비관적인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늘 아쉬움이 내 마음 한컨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며칠전 시민사회계, 복지계, 도출연기관이 공동으로 주관한 사회혁신컨퍼런스를 다녀왔다. 내용중 전주시장의 초청강연회는 너무 부럽다 못해 속상하기까지 했다. 왜 우리는 저런 시장, 도지사가 없는가라는 자조의 목소리다. 전주시장은 일단 젊다. 생각도 젊다. 행동은 미래지향성을 가진 전략적이다. 당장의 전주시의 변화보다는 미래의 전주의 모습을 그리면서 하나하나 셋팅한다는 느낌을 참여자 모두는 공감했다.

일례로 몇가지만 보자. 도로를 넓히기에 바쁜 지방의 도로정책을 역행한다. 전주역앞 편도 4~5차선 도로를 편도 2~3차선으로 줄이고 그 길 가운데를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편도 길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들어 안전을 우선했다. 이는 모든 지방정부가 교통체증 해소라는 명목으로 도로를 넓히기에 바쁜 현실에서 역행하는 정책이다. 사람중심의 도시 설계와 함께 사람들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CNN에서 아시아에 가야할 도시 3위가 한국사회의 유일한 전주시로 선정된 이유는 다른 도시와 다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에 있어서도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전수조사를 통해서 아침도시락을 새벽 4시에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회로부터 낙인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영양식을 채워 준다고 한다.

간단한 예지만 도시의 성장동력을 개발중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유지 발전하는 그러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하고 있음에 감동한다.

우리지역에서 보자. 늘 바뀌는 자치단체장이다. 그 가운데 늘 구호와 정책도 변한다. 경제특별도가 되기도 하고 생명과 태양의 도시가 되기도 하고 녹색수도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서 우리 지역의 미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전주하면 한옥마을이 떠오르지만 충북과 청주는 뭐가 떠오르는가? ‘충북알프스’라고 하는 훼괴한 명칭으로 오염된 속리산이 정체성일까. 직지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어디서 직지의 고장을 찾을 수 있는가. 직지를 기반으로 하는 인쇄출판은 이미 파주로 빼앗겨 버렸다. 공예비엔날레, 무예마스터쉽, 바이오엑스포, 생명축제, 뷰티박람회, 조정박람회 ... 수 없는 축제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있는가.

필자는 이런 원인들을 두가지 차원에서 찾고자 한다. 먼저 변화에 대한 자치단체장이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 것에서 우리것을 찾는 것보다는 타인의 것에서 우리것을 만들려고 하는 과욕과 정체성의 부제다. 유럽을 보자. 왜 우리가 유럽을 가는가. 그 유럽에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유지 발전하고 있기에 오늘의 유럽은 과거의 유럽과 미래의 유럽을 혼재하기에 그 멋을 보러 가는게 아니겠는가. 우리것으로 대표되는 한옥과 한정식을 허물고 콘크리트가 그 곳을 대체하고 한정식이 햄버거로 대표되는 성장이 과연 우리다운 것이겠는가. 우리것을 알고 우리것속에서 우리를 만들어 가는 정체성은 어디 있는가.

둘째, 그 변화를 행동으로 전하는 시민들의 행동이 부족하다. 죄송스럽고 욕먹을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앞서 말한 정치인은 우리의 투표로 당선된 사람이다. 결국 그들은 우리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탓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좀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람을 중심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갖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투표권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전주시와 같은 동네를 부러워 할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대단한 민족이다. 전세계가 하지 못한 대통령의 부정을 국민들이 바꾸지 않았는가. 이젠 우리 눈과 관심을 우리 동네로 돌리자.

내년이 우리지역의 대표일꾼을 뽑는 절호의 기회가 다시 돌아온다. 어떤 사람이 도지사, 시장, 군수로 그 역할을 할것인가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검증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논의가 소수의 논의로 끝나지 않고 곳곳에서 분야별로 지역별로 논의되는 자리가 만들어 지고 그 논의결과가 여론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이기에 어떤 기관의 논의 자리에 따라가기에 앞서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스스로 조직하고 논의되는 모습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며칠전 토론회 자리에서 이름도 모르고 그저 뜻만으로 만들어진 ‘정치하는 엄마들’이 온라인상에서 결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정 복지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 스스로 정치를 통해 정책이 변화되는 활동을 견인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정치하는 복지인들’과 같은 조직들을 만들어 논의하고 토론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고자 한다.

설사 시작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주위의 선배들, 복지기관들, 시민단체등의 조력을 통해 그들이 주체로 설 수 있음이다. 곧 복지가 중심이요 정책의 변화는 나로부터 나온다는 사실들, 함께 생각하고 논의하고 만들어 간다는 사실들을 다시 깨우면서 올해를 준비하고 내년을 맞이하길 고대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곧 우리는 국가이기에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국민은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