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레벨

                                                                                       김 규 철 (서원대학교 교수)

▲ 김규철 교수(서원대학교)

내가 알기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수혜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를. 그러나 그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골치가 아프다.

분명한 것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논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작은 논리로 시작하더라도 결국은 감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아무리 당신이 애를 써도 수혜자는 불만이다. 그것은 그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정에는 나름대로의 단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정의 레벨은 7단계다.

그것은 ‘분노<불만<만족<감동<감격<감사<열광’의 단계다. 감정의 레벨 7단계를 사전에서 그 뜻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분노 : 분개하여 크게 화를 냄
2) 불만 : 만족스럽지 않아 언짢거나 불쾌함
3) 만족 : 모자람이 없이 마음에 흡족함
4) 감동 :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임
5) 감격 : 마음속 깊이 느껴 뭉클한 감정이 일어남
6) 감사 : 고맙게 여김
7) 열광 : 너무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

각 단계는 기대와 경험의 정도가 결정한다. 기대보다 경험이 못 미치면 분노와 불만이 일어나고, 기대와 경험이 일치하면 만족하게 된다. 기대한 것보다 경험이 더 좋을수록 감동, 감격, 감사를 넘어 결국에는 열광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열광의 단계에 이르면 팬이 생긴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겨우 욕먹지 않는 수준정도이다. 그야말로 겨우 면피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고, 또 호들갑을 떤다. 고객만족은 기업에게 지상과제가 되었다. 이는 꼭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럼 각 단계별 의미를 생각해보자.

‘만족한다’는 것은 모자람이 없이 마음에 흡족한 것이니 특별한 의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만족하지 않는다면 불만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불만을 가진 사람들(고객)은 자신의 불만을 주변의 9명에게 자신의 불만(경험)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그 중 13%는 2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한다. 아쉽게도 4%만이 자신의 불만을 당사자에게 이야기하여 시정을 요구한다. 96%의 사람들은 그냥 거래를 중단한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으면 분노로 바뀌게 된다. 고객의 분노는 때로는 법적인 책임을 묻기도 한다.

사실 문제가 되는 것은 만족이다. 만족은 고작해야 현상유지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고객만족으로는 비즈니스의 확장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의 확장을 위해서는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어야 하고, 감격하게 해서 감사를 이끌어내어 열광적인 팬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감동이상의 것들은 사람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단계다. 감동의 드라마는 어떻게 만드는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원하는 것은 어떤 서비스(상품)가 자신에게 ‘무엇이 편리해지고, 어떤 이익이 있으며, 무엇이 바뀌고, 어떤 두근거림이 있는가?’이다. 결국 자신의 이로움을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서비스를 경험해 본 고객에게서 그 서비스로 인해 ‘편리해진 일’, ‘바뀐 일’, ‘두근거렸던 일’의 감상을 철저하게 파악해서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해야 한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려울 것 같아도 의외로 쉽다. 매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물건을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사회복지를 생각하면 사회복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의 삶의 변화를 위해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작은 사실을 간과하고 일방적으로 베풀려고만 하니까 수혜자는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감동은커녕 만족에도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감동이 없으면 감격도, 감사도, 더군다나 열광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당신의 모든 수고는 헛수고가 되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