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다운 인권으로 가는 첫걸음

충청북도곰두리체육관
관장 안 종 태

▲ 안종태 관장 (충북곰두리체육관)

‘내가 남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는 것, 남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지 않는 것, 그 것은 서로 간의 깊은 존중과 배려에서 나온다’는 말들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보았고, 누구나 긍정의 고갯짓을 해보았을 만한 글귀이다. 그만큼 배려는 한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개념이며, 공공연하게 우리의 일상을 설명하는 담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배려란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준다는 Care(돌봄, 보호, 간호)라는 어의적 정의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존엄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1948년 12월 UN총회)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장애인권리선언 제3조(1975년 12월 UN총회)에서 ‘모든 장애인에게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할 천부와 권리로 같은 나이의 시민과 동등한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인권은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통념적 정의로서 누군가의 이타심에 의해 제공되는 배려로 인식되는 이유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싶다.

과거 공동체사회가 형성된 이래 지금까지 편견과 차별로 인해 누군가는 인간적 모욕과 무시를 경험하게 됨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미국에서 발간된 ｢No Pity｣의 여주인공은 엘리트 인권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걸인 취급을 받는다. 이러한 차별 피해자들에게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을 상당히 존중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그들을 보살핌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별을 담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배려’는 잠재적인 차별의 가해자 입장에서 사회적 약자 즉, 잠재적인 차별의 피해자에게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준다는 의미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니며, 한 사람으로서의 권리 ‘인권’으로서 존중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차별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시선에서 차별 경험을 공론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르지만 이 다름은 옳고 그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좋고 나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그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인권다운 ‘인권’으로 가는 길을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