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손수레

                                                                              청주삼겹살거리 발전위원장 김동진

▲ 김동진 청주삼겹살거리 발전위원장

지난달 둘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 청주상당공원 급식봉사장에서는 이색적인 전달식이 열렸다. 본격적인 급식봉사를 30분 정도 앞두고 작은 손수레 4대가 노인들에게 건네졌다. 이름하여 ‘희망손수레’. 도심 곳곳에서 폐지를 수거해 생활을 이어가는 노인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손수레이다.

이날 희망 손수레 전달식에는 매주 이곳에서 급식봉사를 하는 디아코니아 나눔공동체 대표 김창규 목사를 비롯 급식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참석했고, 손수레를 제작한 희망얼굴 집행부 대여섯 명도 참석했다.

손수레를 받아 가신 분들은 상당공원을 중심으로 인근 도심에서 폐지나 고철, 병 등을 수집해 가까운 고물상에 파는 분들이다. 하루에 적게는 5,000원 많게는 1만 원 정도의 근로소득을 올리는 분들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노인들 200여 명이 급식장소 주변에서 담소를 나누며 전달식을 지켜봤다.

희망손수레 전달은 당초 김 목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폐지 수거 노인들을 위한 손수레를 전달하는 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4대를 기증해 줄 것을 부탁해 온 것이다. 매주 토요일 급식봉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도심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김 목사는 폐지수거 노인들의 문제를 눈여겨 보아 온 터였다.

봉사라는 뜻의 디아코니아 공동체는 지난해 1월부터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급식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겨울 딱 한 차례, 한파 경보로 도저히 식사를 할 수 없을 때를 빼고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노인들을 위한 급식봉사를 해오고 있다.

교회 신도들 약간 명이 참여하는 것을 비롯 몇 명의 정당 정치인들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으나 순수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행정기관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 봉사의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주는 기탁금으로 급식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손수레를 제작해 전달하는 단체는 ‘희망얼굴’이란 민간단체로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처음 2대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청주시내 곳곳을 찾아 희망손수레를 전달하고 있다. 지역과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희망얼굴은 갈수록 늘어나는 폐지수거 노인들을 위한 일을 기획했다. 폐지수거 노인 문제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복지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라는 데 공감했다.

연로하신 노인들이 위태로운 손수레로 도심을 누비며 폐지를 줍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고민하던 중 손수레를 착안하게 되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손수레는 가지각색이다. 대형 할인점에서 많이 쓰는 쇼핑 카트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유아용 유모차나 여행용 카트 등이 많으며 더러 욕심이 많은 분들은 일반 손수레를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하나같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쇼핑 카트는 잠금장치가 없어 자칫하면 내리막길에서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유모차는 적재 공간이 너무 작아 원하는 물량을 소화해 내기 어렵다. 힘 없는 노인들이 손수레에 기대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손수레가 필요했다. 희망얼굴 회원들은 무게 중심이 낮으면서 폐지 크기에 상관없이 쌓을 수 있는 구조의 손수레를 만들기로 하고 몇 차례 논의를 거듭했다. 나름대로 괜찮은 모델을 만들었고 불편한 점은 사용하면서 하나씩 개선하기로 했다. 손수레 제작비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갹출하기도 하지만 마침 제조업을 하는 회원이 기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희망얼굴’은 이 사업을 하면서 노인 수혜자들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시내 곳곳의 고물상을 찾아다니며 손수레를 받을 만한 노인들을 파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일일이 노인들과 전달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주시 노인복지 부서를 통해 폐지수거 노인들의 현황을 파악하려고도 했으나 시 관계당국에서는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전국의 폐지수거 노인은 줄잡아 2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주에서도 2,000여 명의 노인들이 폐지수거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폐지수거 노인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권역다툼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일자리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들의 일자리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 중앙공원에서 보듯 일을 하고 싶어도 자리를 구하지 못해 도심 공원에서 소일하는 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에 의존해 경로당에서 하루를 보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폐지수거 노인들의 노동권은 복지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 노인들이 안전하게 폐지를 주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서울 은평구에서는 지난해 8월 폐지수거 노인들의 노동권과 안전을 배려해 경량 손수레를 자체 제작해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대학생들이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 ‘끌림’은 손수레에 광고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노인들에게 혜택을 나눠주고 있다.

희망손수레는 이달에도 선거가 끝난 뒤 또 전달될 것이다. 급식봉사가 이뤄지는 청주 상당공원에서 적어도 2대 이상의 손수레는 폐지수거 노인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이젠 좀 더 체계적으로 이 일이 진행되길 바란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별의 별 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노인복지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은 페지수거 노인들의 안전이나 노동권에 대한 문제는 어디에서도 공약으로 발표된 것을 보지 못했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 가운데 자치단체는 이를 정책으로 검토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