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보다 오래 남는 마음의 상처

                                                                                            충북연구원 최은희 연구위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 온 몸에 멍이 들거나 육안으로 보이는 뚜렷한 상흔이 생기는 명백한 학대행위는 흔히 영화나 뉴스 등 매스컴을 통해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질색을 하며 절대 학대행위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눈에 보이는 명백한 학대행위에 대해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저건 당연히 학대지, 근데 나는 저 정도는 아니잖아.’, ‘부모가 소리 지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신고를 당한 부모들의 마음 속 생각이다. 아니, 학대행위를 자행한 뒤 본인의 행동을 학대라고 인정하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 속 생각이다. 학대행위자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한 행동이 학대행위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대행위를 한다. 그리고 법에 맞닥뜨렸을 때 마음속의 울분과 억울함과 함께 이게 어떻게 학대행위냐며 학대혐의를 부인하고 화를 낸다.

아동학대의 종류는 4가지로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이 있다. 신체학대는 우발적 사고가 아닌 상황에서 신체적 손상을 입히거나 신체손상을 입도록 허용하는 행위로, 비교적 쉽게 학대라고 판단할 수 있는 학대의 유형이다. 하지만 한 대만 때려도 학대행위가 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정서학대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신적 폭력 및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며,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 억제, 기타 가학적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신체학대나 다른 학대에 비해 학대 여부를 구분하는 경계가 애매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관습적으로 허용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한 눈에 알아보기 더욱 어렵다. 욕설이 아니더라도 “너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너 때문에 그래.” 등 원망과 질책이 담긴 표현도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성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하며, 성관계 및 음란물 노출, 성매매를 시키거나 매개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방임은 아동을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하거나 아동에게 필요한 의식주, 의무교육, 의료적 조치 등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간혹 보호자가 아동을 가정 내에 두고 집을 비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동을 위험한 환경에 처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4가지 학대행위 중 특히 눈에 보이는 상흔이나 뚜렷한 증거가 남지 않는 정서학대를 저지른 학대행위자는 애매모호한 학대의 기준을 운운하며 학대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서 학대를 받은 아동들의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난다. 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자라온 아동은 우울감 혹은 공격성을 표출함으로써 학대의 후유증이 표현될 수 있고, 이러한 행동의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는 또다시 아동의 행동에 대해 지적하며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악순환의 고리에서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혹시 “너희 형은 안 그랬는데 넌 왜 그러니?”라는 말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동 또한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인이 된 우리가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면 아동들도 똑같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녀와의 의사소통에 무언가 엇나가는 느낌이 든다면, 아동의 문제로 치부하기 전에 먼저 무심코 내뱉은 말로 아동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