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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질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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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6  2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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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질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송유정 이사장

우리 사회 고질적인 병폐 중 단연 갑은 “갑질 문화”이다.

최근 숙환으로 별세하신 70세 대기업 총수는 살아실 제 부귀와 영화가 부럽지 않으셨겠고,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실 텐데...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따르는 수식어가 오로지 ‘갑질’이라는 것이 당황스럽다. 물론 망자도 대기업 총수로 70 평생을 살아오시며, 경영권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살면서 또 얼마나 많은 갑질을 자행하셨겠느냐마는, 유감스럽게도 고인의 죽음 앞에 따라붙은 그 ‘갑질’이라는 꼬리표는 본인의 작품이 아니었다. 이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라도 다 알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이른바 딸들의 땅콩 회향 사건과 물컵 갑질 사건, 부인의 폭언 · 폭행이었다. 그리하여 ‘갑질’은 고인의 무수한 치적 앞에 그의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한 단어로 회자되고 있다. 당장 별세 소식에 한진 주식이 폭등하였다는 비정한 소식은 덤인가 할 뿐인가 보다.

뭐 죽음이 이러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갑질”에 대해 생각했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일컫는단다.

위험하다.

자유로울 수 없다.

일상에서 수많은 관계 속에 ‘갑’과 ‘을’이 존재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재가 현장에서 ‘서비스를 받는 이’와 ‘제공하는 이’의 역학관계에서 갑질을 많이 본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 것인지는 이미 부차적인 문제이다. 슬프지만 본인부담금을 납부하는 고객의 지위에 있는 이용자가 ‘갑’일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전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용자의 입장이 ‘을’이 되는 것도 순간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겸허히 관계의 역학에 대하여 견지하여야 한다. 응당 인권이 기본 되어야 하고, 책임과 의무가 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음이다.

최근 내가 겪었던 갑질을 떠올려본다.

‘상법상 회사’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12년을 살아온 우리 회사는 우리사주기업으로 첨예한 이해당사자들간의 논의와 합의로 5개월여 지난한 전환과정을 거치고, 마침내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신청서’를 보건복지부 해당 부서에 제출하였고, 처리기한은 법적으로 60일이다. 접수일로부터 공휴일을 제하고, 3월 중순에 법정 시한이 도래하였다. 이미 심의를 거쳐 부처에 올라간 터이므로 ‘인가서 발행’은 수순일 줄 알고 있었는데, 예정대로 ‘인가 승인’이 나지 않은 것이다.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조심스레 부서에 전화를 해보니, 이번에는 ‘핑퐁 게임’이다. 부서를 넘나들고, 아무도 민원인에게 왜 담당 부서가 옮겨졌는지조차 안내하지 않았다.

그래! 나는 약자이다. 계획하는 새로운 일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철저히 온순했다. 성미에 맞지 않으나, 나는 그 순간 철저히 ‘을’의 입장이었다. 때마침 지인께서 친구가 보건복지부의 높은 자리에 있다고 손수 전화를 드려주시겠단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갑질인건가? 조심스레 주무부서 담당자에게 전화해 조아리며 물었다. ‘혹시 기한이 도래한 건이니 결제라도 빨라질 수 있도록 윗선에 전화 한통 드리면 조금이라도 빨라질 수 있겠느냐고....’ 그는 기분 나쁜 내색을 하면서도 할 수 있으면 해보라 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고, 나는 냉큼 했다.

엿 먹어보라는 듯이....

수순이었겠지만, 바로 인가가 나왔고, 그는 빅 엿을 먹은 듯 했다.

엿을 드신 ‘갑’께서는 그때서야 잔뜩 불쾌한 듯... 인가 안내를 하면서,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었다.

행정은 많이 친절해졌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인 줄 아는지....

경종을 울리고자 나도 ‘갑질’이라는 걸 해보았나 보다.

항의성 그의 메일에 정성껏 답장을 썼다.

기한이 늦어진 점, 사전에 안내를 하지 않는 점 등, 막연히 기다려야만 하는 ‘을’의 입장을 전후 과정 다 따져서 답변했다.

진심이 통했다고 보아야 할까? 아니! 정신이 번쩍 났겠지.

공무원은 이내 다시 회신을 주었다. 위에서 싫은 소리를 듣고 보니 그때는 자기가 정신이 없었다는 둥 옹색한 변명을 담아 무척 송구하다고 하였다. 아마 오늘이었으면 그런 메일은 적지 않았을 거라고 솔직한 고백도 잊지 않는다.

너도 한번, 나도 한번 갑질을 하고 나니 속이 통쾌하다고 해야 할까?

그가 국민을 섬기는 진짜배기 공무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우리는 서로 바쁜 와중에도 두어 차례 편지를 나누며 에피소드는 끝이 났다.

우리 대통령께서는 사회적 갑질을 넘어 제도적 갑질을 척결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지.

제도 안에서의 ‘갑질’만큼 우리 사회복지계에 불편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매일 여기 체이고 저기 체이고 하루하루 ‘을’ 질에 허덕이고 있을지 모르겠다.

힘내자는 말로는 부족할 터!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를 척결하기 위한 운동은 나로부터!

우리로부터 출발해야 하겠지?

나를 성찰하고 작은 실천을 모색하여야 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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