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주거복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 양준석 (전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거복지분과장)

[ 이야기1 ]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내 출근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하신거다. 중학생 두 아이를 두고 콘테이너박스에서 사신다는 40대 아버지다. 자신이 젊기에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힘겹게 지인이 무상으로 빌려준 콘테이너 박스에서 아이들과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 이야기2 ] 한부모 어머니의 전화도 받았다. 한부모가정으로 어렵게 LH의 매입임대 대상자가 되었지만 임대보증금 300만원이 없단다.

[ 이야기3 ] 면사무소 사회복지사 후배가 전화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5인 가구인데 집 절반이 내려 앉았다 한다. 겨우 한쪽 귀퉁이 방에서 그 가족이 겨울을 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 이야기4 ] 10평되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와 아이들 4명 총 6명이 비좁게 생활하는 집을 목격하면서 이게 사람 사는 곳인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현장사회복지사를 통해서 전해 들은 주거복지 현실은 처참한 현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참여정부를 시작으로 ‘주거복지’ 개념이 정책적으로 사용되었고 그에 따른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다양한 사회정책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도 그 정책의 흐름은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수급자, 청년세대, 신혼부부등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주거복지정책의 혜택을 보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지역별 수용되지 못하는 주거복지욕구의 문제가 일상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나 서울시 등 광역지방정부는 자체적인 주거복지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음으로서 주거문제를 해소 하려 하고 있다.

기초지방정부 역시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특히 전주시의 경우 획기적으로 전달체계(주거복지과 신설과 산하 4개팀 운영. 전국 유일모델)를 개편하여 다양한 주거정책들을 만들고 있다.

이에 청주시도 지난해 늦었지만 ‘청주시주거복지지원조례(이하 시주거복지조례)’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올 5월에 청주시주거복지지원센터를 개소 하였다. 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들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 만큼 지역주민들의 주거복지 문제들이 산재하고 있다는 것이고 해결해야 하는 주거복지 문제들이 많이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쯤에서 문제는 알음알음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80만의 도농복합시인 청주시에 어떤 주거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는가다. 단순히 국가적 차원에서 언급하고 있는 신혼부부 주거, 청년주거, 수급자 주거만이 아니라 비수급빈곤층이 안고 있는 주거문제의 유형이나 지원방안이 무엇인가라는 실태가 선행적으로 조사 되어야 한다.

이는 ‘시주거복지조례’ 제7조에 ‘시장은 기본계획의 수립 및 주거복지 지원대상자의 주거환경, 욕구의 파악을 위하여 주거실태조사’를 규정하고 있다. 조례를 만들게 된 취지와 지역사회 주거복지를 해결하고 향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적인 현황파악인 주거실태조사가 실시 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거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흐름을 가져가야 한다.

단편적으로 땜빵하는 방식, 중앙정부의 제한적인 지원에 의지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방정부로서의 존재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면, 실태조사는 실태조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멈추어서는 안된다. 실태조사를 위한 설계에서부터 지역내 다양한 분야의 현장실무자들이 결합하고 예비사회복지사들의 훈련장으로서 실태조사가 운영된다면 그 과정을 통해서 지역내 복지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일거 양득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델이 지방정부 예산 운영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지 않겠는가.

더불어 실태조사에 따른 비용 역시 산술적으로 보지 않기 바란다. 부천시는 24개월 되는 기간을 통해 3억3천이라는 예산을 투입해 그 꼼꼼함을 자랑하고 있다. 전주시는 10개월의 기간동안 1억5천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조사를 위한 적절한 예산 투입, 설계와 분석을 위한 상당한 기간 보장, 단순 용역이 아닌 연구자와 현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형태의 뉴모델을 통한 주거실태조사는 청주를 더욱 복된 도시로 만들 것이다.

주거는 적절한 소득ㆍ고용ㆍ교육ㆍ건강에 대한 접근성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배제를 양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저소득층ㆍ장애인ㆍ고령자 등 주거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우선 필요하고 그 범위는 생애주기 모든 시민들의 주거에 대한 욕구로 확장되어야 한다.

주거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