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행복한 지역사회를 바라며

최은희(충북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충북지역 정책을 연구하는 일을 한다. 일이 많아 정신이 없을 때는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보고서를 생산하는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만, 가끔(?) 온 마음을 다해 연구하고 늦은 밤, 별을 보며 퇴근할 때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충북의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요즈음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청소년기를 위험하게 보냈다. 늘 우울하고 부정적이었으며 까칠했다. 학교생활도 재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모습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숙함도 없었다. 청소년기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청소년기라는 생각이 더 컸다. 더구나 미래에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한마디로 사막과 같은 건조한 시기였다. 주변의 모든 어른들도 내게 어떻게 살라고 말해주지 않았으며, 설령 말해주었다 한들 그것을 듣고 따를 만큼 수용적이고 순종적이지도 않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위험의 기준선을 넘지 않아 평범한 아이로 비춰졌겠지만 20대 중반 내 존재의 귀함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웅크리고 살았다. 거침없어야 했던 그 시기 나는 덫에 걸린 새처럼 날지 못했었다. 단비가, 빛이 필요했다.

충북청소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최근 청소년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기가 차이가 있어 나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많은 것이 달랐지만 미래의 불확실함 속에 견고한 자신 만의 성안에 갇혀 분투하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시대가 변해도 같은 상황이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동질감 넘어 가슴 한쪽에 더 크게 자리 잡은 것은 힘든 환경 속에 살게 해서 ‘미안’하다는 감정과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성인으로서의 ‘의무감’ 내지 ‘책임감’이었다.

정부의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은 6차까지 발표되었고 충북은 2020~2024년 까지 5개년 계획을 처음 수립하고 2020년부터 실행한다. 명실공히 1차인 것이다. 계획수립은 청소년계의 오랜 바람이어서 계획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이번 계획은 청소년, 청소년지도자, 청소년전문가 등 현장의 소리를 담고 있다. 많은 분들의 갈증과 바람을 담으려고 했으나 모두 담을 수 없는 한계도 있어 연구진의 한 사람으로서도 아쉬움은 있다. 반면, 야무진 청소년들과 열정 가득한 청소년지도자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희망이 느껴졌다.

연구기간 만난 모든 청소년들과 열악하지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청소년지도자들은 나의 힘들었던 청소년기를 치유하는 힘이자 연구기간 내내 동력이 되어 주었다. 사막과 같이 건조했던 시기에 단비처럼 그들을 만났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물음을 던졌다. 씩씩하게 자신감 넘치게 행동했을 것이고 더 많이 웃고 즐겁게 살았으며, 지금보다 훨씬 더 눈부신 청소년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청소년정책 기본계획 실행과제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청소년이 없는 지역, 청소년을 위한 투자가 없는 지역, 청소년이 행복하지 않은 지역에 미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계획을 실행할 앞으로 5년은 충북의 미래, 충북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곧 연구진으로서 역할을 마무리 한다. 보고서에 마지막 점을 찍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연구진의 몫이라면 이제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한 기초자치단체, 청소년기관에 실행을 위한 바톤을 넘긴다. 기쁘게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은 실행주체인 충북의 공공과 민간분야 모두가 청소년정책 발전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높고 충북도의회 및 충북교육청이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의 지지 속에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미래를 향한 당당한 도전이 계속되어 어제 보다 더 행복한 오늘,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을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