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문제 다각도로 재검토 시작하자

▲ 황 명 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초등 돌봄 전담사 총파업으로 부모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근로시간 확대, 돌봄 업무 지방자치단체 이관을 반대하면서 돌봄전담사들이 총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돌봄전담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국민 의견은 양분 되어지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총파업을 하는 것이 맞느냐?" "돌봄전담사의 열악한 처우문제가 시급한 과제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초등 돌봄의 갈등은 벌써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2017년 초등학교 돌봄교실(방과후 수업)을 두고 정부와 교사 및 교육감, 비정규직 노조간 입장차가 커서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초등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전환해 운영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교육부에 전달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이라는 범정부 공동추진단을 구성하였다.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가 운영하는 돌봄서비스 및 방과 후 활동을 통합하여 학교내 돌봄학교와 지역사회돌봄학교로 나누어 운영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범 부처 공동정책연구를 거쳐 기본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원분과가 교육감협의회 결정에 반발하였다. 고용불안과 일자리의 질적 저하를 우려한 것이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 중심의 범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 논의되었던 초등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추진하면서 반발이 거세지는 것이다. 왜 이런 예견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시간이 충분이 있었음에도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범국민적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 후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가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입법화 과정에서 좀더 세밀한 검토와 대안을 통해 추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2017년 정부가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가부 등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국민 체감수준은 낮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공식적으로 공공화를 말씀하셨다. 그러나 실제 공적 돌봄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은 아동은 20%로도 채 되지 않는다. 욕구에 비하여 이용자가 적은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초등돌봄서비스의 운영 시간이 학부모가 희망하는 시간과 차이가 많다. 질적수준도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운영시스템의 문제가 있음에도 돌봄의 필요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런 갈등상황에서 몇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돌봄정책이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의 공공성 방향에 부합하는지 여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복지의 국가 책임 등을 강조하면서 공공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종일돌봄체계가 공공성 강화 방향과 같이가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둘째, 전달체계의 문제이다. 정부는 돌봄의 주체를 교육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바꾸려고 한다. 그동안 돌봄의 주체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3곳이었다. 지역사회에서도 운영주체가 분산되어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위해서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정부는 일원화를 위해 자치단체로 이관하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아주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돌봄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초등돌봄교실은 지금까지 방과후학교 정책안에 포함되어 법이 아닌 교육부 고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그어디에도 방과후 학교 운영 근거가 없다. 법을 통해 초등돌봄교실이 교육인지 보육인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논란이 적은 구체적 운영방법을 세울 것이다. 또한 인력과 예산 및 운영체계의 국가책무가 된다. 그러나 2020년 5월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초중등 교육법에 삽입해 입법을 시도했으나 교원단체 등 반발로 포기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정책이 돌봄이었다. 맞벌이부부, 한부모등 취약계층부터 일반가정까지 자녀를 둔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이 돌봄이었다. 앞으로 각종 위기상황에 돌봄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초등돌봄의 법적문제부터 정리하고, 운영시스템과 인력, 질적 서비스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범협의체 또는 TF팀 등을 구성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