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한 세상은

수곡2동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장 이상종

▲ 이상종 맞춤형복지팀장

“의혹은 궁금할 때가 아니라 상대를 감당할 능력이 있을 때 제기하는 것이요”

몇 해 전 방영되었던 사극 ‘정도전’에서 고려 말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수문하시중 이인임의 말이다.

다 옳은 말들은 아니겠지만 정치의 본질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냈었고 그중에 아직도 생각나는 장면이다.

절대 권력자나 최고 경영자에게 직언과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말을 했을 때 가끔은 의외의 반응과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대다수 이런 경우는 부족함이라고는 없는 위치에서 하찮은 민초라고 생각하는 위치에 있는 자가 감히 참견을 한다 그런 것이다. 이인임의 시대에서는 아마도 생사의 갈림길의 질문이었을 것이다.

한편 좋은 참모가 없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권력자는 때론 좋은 참모가 말을 못 하게 막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직언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좋은 참모라고 하기도 그렇다.

의혹과 의심과 다를 수도 있지만 궁금한 것에 대해 묻는다면 어린아이에게는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수많은 궁금증에 시도 때도 없이 때로는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한다. 감당할 능력이 있고 없고를 따지지 않는다.

좋은 부모는 많은 답변을 하고 또 꼬리를 물고 묻는 질문들이 도리어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아이는 눈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알며 성장한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생님은 수업 진도를 이유로 또 학급 학생들의 입장들을 배려한다고 무시하듯 질문을 끊지 않을 것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아이에게나 학생에게 부모나 선생님은 절대 권력자가 아니다.

아직도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상대가 존재하고 그래서 결코 의혹을 제기하면 안 되는 현실일까. 꼭 정치인들 사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일상생활 속에도 그런 것인가.

그 누구든 어떤 상황에서든 위치에서는 권력자가 될 때가 있다. 손아래 사람들과 때론 후배와 함께 무언가를 같이 할 때다. 그때 앞서 정치의 본질이라고 했던 그런 상황이 한 번이라도 연출되지는 않았겠는가. 감히 그런 말을 나에게 할 수 있지라던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할 군번도 되지 않는데 라며 호시탐탐 소심한 복수를 준비하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늘 눈치를 살피고 차라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되도록 피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도 억지로 참는 것보다는 극복하며 최소한 미심쩍은 것에 대해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속이 편한 세상이다. 뭐든지 피하는 것보다 극복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