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교훈_존엄사와 자기결정

                                                                    김 현 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김현진 교수(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 글의 의뢰가 온 날, 언제 글이 실리는가 물으니 5월 8일이란다.

아, 어버이날. 그냥 무작정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7년 전 무더운 여름, 젊디젊은 예순의 엄마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없는 살림에 아버지 형제 여섯과 당신 자식 넷, 무려 열 명을 거두던 맏며느리 엄마는 험난한 삶에 당신이 병든 줄도 모르고 지냈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과 먹먹함을 앓고 있다.

엄마에게 암이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의는 한 달 정도를 선고했다. 자식들의 권유로 입원을 결정하고 엄마는 마지막 순간 호흡기를 쓰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그 순간이 왔을 때 의료진과 우리 가족은 호흡기를 사용했다.

다만, 회생 가능성이 없었고 임박한 상황이어서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만약 호흡기로 엄마의 생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었다면 나는, 우리 가족은 어떻게 했을까. 당시 만해도 환자의 결정보다 의료진의 결정이 우선하던 시기였으므로 아마도 엄마의 연명치료를 계속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7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자식들이야 조금이라도 더 엄마를 붙잡고 싶겠지만 지금은 가족이 아무리 원한다 해도 엄마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게 됐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 덕이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으로 호스피스 분야는 2017년 8월, 연명의료 분야는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호스피스 대상이 되는 말기 환자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이 종합적으로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말기․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의료를 계속 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호흡기 착용 등을 말한다.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존엄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명의료결정법의 내용이다.

다만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최근 104세 호주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은 ‘존엄하게 죽기 위해’ 존엄사가 인정되는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한 드라마에서도 이 주제가 다루어졌다.

누구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경찰 아들이 어머니의 존엄사를 반대하다 편안히 보내드리는 것이 어머니를 위한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내용이었다.

존엄사 뿐 아니라 ‘자기 결정’의 존중은 우리 직업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대인서비스 영역으로서 사회복지사는 대상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로서 대상자의 판단과 결정을 도울 뿐이지만 온정주의에 입각해 전문지식을 근거로 대상자의 결정에 개입하게 되면 대상자의 자유와 자율적 결정은 강요되고 조정될 수 있다.

물론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에 위협을 초래할 때, 법 또는 사회규범에 반하는 결정을 할 때 자기결정은 제한되지만 이 또한 자기결정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알지만 어렵다. 지식과 경험으로 불리한 길을 가려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전문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착각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일은 빈곤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거나 보호자가 없는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내 어머니의 일처럼 특별할 것 없는 바로 ‘나 자신’의 일임을, 모든 것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나에게 내 의견과 내 결정이 중요하듯 그들의 의사도 중요하며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깨닫는다.

자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