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문제, 적극적 개입 필요

▲ 충북도의회 전문위원 이 병 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5년 단위로 국민 정신건강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2016년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심각한 우울이나 불안 등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정신질환 중 평생유병률(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이 높은 순서를 살펴보면, 알코올 사용장애 12.2%, 불안장애 9.3%, 니코틴 사용장애 6.0%, 기분장애 5.3%,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0.5%, 약물사용장애 0.2% 순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가 OECD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삶의 만족도 지수가 늘 하위권이 머물고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신질환의 경우 발생 초기, 적절한 상담ㆍ치료의 개입과 지속적 관리가 중요합니다. 시기를 놓쳐 질환이 만성화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심리 및 기능장애가 심각해집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자료(‘15)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비용 추정액은 연 11.3조원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건강문제로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서 22.2%정도만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벨기에 39.5%, 미국 43.1%, 캐나다 46.5%에 비해 낮은 이용수준입니다.

또한 정신질환 발생 시점부터 최초치료가 이루어지기까지 소요기간도 약 56주로 WHO에서 추천하는 12주보다 4.6배 이상 깁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닙니다.

평생유병율을 기준으로 산출한 충북의 정신질환자 추정수는 40만명 정도 인데, 이중 도 내 정신의료기관, 복지센터 등에서 치료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불과 7천여 명에 그치고 있고, 정신장애인 등록자 수도 3,698명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빚어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치료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조기발견ㆍ개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 홍보 정책의 시행과 정신질환자를 조기 발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내 지역, 주변에서 손쉽게 이용 가능한 정신건강 서비스 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우리 충북의 경우, 알콜, 도박, 마약, 인터넷 등 중독문제를 관리하는 중독관리통합센터가 단 1개소만 설치ㆍ운영되고 있고, 정신질환자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정신재활시설도 제천, 보은, 진천, 음성, 단양 등 5개 시ㆍ군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충북 정신건강증진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충북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도 타 시도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정신건강위기상담 24H 핫라인 운영과 자살예방사업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신건강문제는 더 이상 미봉책 남발이나 지켜보자주의로 흘러서는 안됩니다. 치매처럼 국가 책임 하에 대국민 홍보와 응급개입, 조기발견ㆍ상담ㆍ치료 시스템 구축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