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대한 소고

▲ (재)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가끔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쩜 다들 저렇게 잘 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려하게 잘 꾸며진 집과 근사한 차, 잘 차려입은 옷 등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내 삶이 참 소박해짐을 느끼게 된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에서 돈 없는 부모 만난 탓, 돈 벌 기회가 없는 탓, 세상이 불공평한 탓으로 치부하고 말기에는 뭔지 모를 억울한 느낌이 배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민주주의와 평등을 내걸고 있는 사회에서 불평등은 없는 자의 불평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구석구석 불평등은 존재하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 취약계층 사람들의 삶에 크게 또는 작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회복지서비스가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사회 구석구석을 커버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평등과 차별은 존재하고 끊임없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 사회역학자 리처드 윌킨슨교수와 공공보건학자인 케이트 피킷 교수는 불평등과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속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이다.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기혐오, 박탈감, 과대망상, 수치심에 시달리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불평등이 건강, 교육, 빈곤, 범죄 등 거의 모든 사회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된다.”고 ‘불평등 트라우마’라는 저서에서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다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각 영역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문제가 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1990년대 초 복지국가에 관한 대표적인 이론가인 에스핑 안데르센은 「탈 상품화와 사회 재계층화」를 복지국가의 기본 책무로 들었다. 그는 시장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최소 생계를 국가가 책임지고 시장의 실패가 얘기한 계층 간의 불평들 및 양극화 현상을 재분배를 국가 정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국가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체제적으로 양산한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보이는 정치를 통해 완화, 교정해보려는 시도의 산물이다”라고 정의한다.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르는 기준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 지에서 일차적으로 드러난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높이고 사회적 자본인 ‘사회 신뢰도’를 높여 가야 할 시점이다. ‘헬 조선’이 아니라 함께하고 같이 가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마련되고, 성숙된 정치의식과 책임의식이 함께 하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는 행복한 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