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일상, 그 소중함

▲ 상당구청 주민복지과 이상종

태풍 바비가 오는 밤이다. 150㎞의 바람을 동반한 역대급 태풍이라고 한다.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라 평소와 다르게 창문만 한 번 더 살펴보았다. 거센 바람이 창문에 빗줄기를 뿌려 대고 또 윙윙거리며 계속 소란을 피운다. 한겨울 눈과 함께 씽씽 거리는 찬바람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긴 장마와 폭우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찾아온 반갑지 않는 비바람이다. 가뜩이나 누구 도 예외 없이 코로나19로 긴장되고 위축된 일상의 피로감이 많이 쌓여만 가고 있다. 날씨마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늘 보니 논에 벼도 제법 여물었던데 이 정도 바람이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태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려 하는데 하필 업데이트한다. 저절로 자기가 알아서 한다. 순간 내가 보고자 하는 뉴스를 볼 수 없다. 자동이라 좋기는 한데 아주 급한 통화를 해야 할 때면 낭패일 수도 있겠다.

자연재해, 사회재난, 바이러스, 질환, 질병으로 하루 한날 조용한 날이 없다. 거기에 바이러스까지 짐을 더한다. 또한 기계화, 전자동화, AI 무인화, 자율주행 등 기술의 발전은 이래저래 사람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기회도 많이 줄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자고 연구하며 발전시킨 과학과 기술로 인해 사람의 판단과 행동이 조금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하게 된 측면도 있다. 요즘 주식도 인공지능이 외국인과 기관 매수동향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천한다. 주식 전문가와 고수보다 더 방대한 자료를 밑바탕으로 분석한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광속도로 지구 구석구석까지 더 광범위하게 전파하는 기술 수단이 없었다면 코로나19도 지엽적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일일생활권이 1시간 내 생활권으로 단축된 만큼 더불어 바이러스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 영역을 확장한다. 또 다른 기술은 수많은 변수를 손쉽게 탐색하고 과학적 분석시스템을 통해 치료제와 백신을 만드는 중이다. 과학과 기술의 일장일단, 양면성이다.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없는 초미립자 바이러스 공포와 또 완전한 원상태로의 회복할 수 없는 후유증으로 전 인류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배웠지만, 결코 꼭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주에 아주 작은 일부인 지구이고 이제껏 밝혀낸 자연의 이치와 원리는 밝히지 못한 진실과 인과관계에 비하면 먼지 수준일 수도 있다.

인디언 속담에는 말을 타고 빨리 달리다 보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잠시 기다린다고 한다.

코끼리 엉덩이 파리 정도의 세상이치를 알았을 뿐인데 너무 과신한 것 아닐까. 그래도 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이제껏 어떤 어려움도 잘 해결 해 왔듯 다 잘 될 것이다. 다행히 비바람도 잦아들고 다시 평온한 깊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