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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포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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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규철 교수 |
내가 우리 학생들에게 학기 초나 학기말에 당부하는 말이 있다. 별로 유쾌한 말이 아니고 무서운 말이라서 조심해서 말한다. 그리곤 잊어버린다.
“지금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관심이 없다. 지금 내가 망해도 세상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남의 삶에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리광 부리지 마라. 아무도 관심 없다. 굳이 관심을 둔다면, 내가 나를 포기하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라. 내가 나를 무시하면 남도 나를 무시할 것이고,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면 남도 나를 귀하게 대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외는 없다. 물론 내가 잘 되어도 다른 사람은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남의 눈치 같은 것일랑 보지 말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귀하게 대우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
이 말은 꽤 무서운 말이다. 꽤 야멸찬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후배(젊은 세대)들은 선배(기성세대)들을 꼰대라고 무시한다. 선배들의 말이라면 ‘라떼’라며 대놓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무시당한 선배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상한 것은 후배들은 선배들을 한껏(?) 무시하면서 자신들은 배려받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나는 상대방을 무시하면서 상대방이 나를 배려해주기를 원한다? 그런 경우는 없다. 아무리 나이든 꼰대라 하더라도 배알은 있으니 후배들을 곱게 볼 수 없다. 갈등은 곧 전쟁으로 바뀐다.
후배건 선배건 상대방의 관심을 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에게 관심을 주어야 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세부터 34세까지의 응답자 900명 중 66.8%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더 좋다’고 답했다. 공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상대방에게 권하라’고 했다. 예수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상대방에게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말의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공자와 예수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즉,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상대방에게 권하고, 내가 싫어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상대방에게 권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모든 거래와 관계의 기본은 먼저 주고 난 다음 받는 것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먼저 받고 나중에 주는 것이 아니다. 즉, '기브앤테잌(give and take)'이지, ‘테익앤기브(take and give)’가 아니다. 당연하다. 이것만 잘해도 어디 가서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아가 능력자 소리도 듣게 된다.
그러나 본인이 행복해지는 소통은 따로 있다. ‘기브앤테익’이 아니라, ‘기브앤포겟(give and forget)’이다. 즉 먼저 준 다음, 준 사실을 잊어버리는 소통방법이다. 상대방을 위해 무엇인가를 배려했다면 그 배려한 무엇을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만약 준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면 나만 손해다. 즉 내가 배려한 것을 상대방이 몰라준다면 서운하고, 나의 충고대로 상대방이 하지 않는다면 슬며시 화가 난다. 나아가 상대방이 괘씸해지고 미워진다. 이래저래 내 마음은 상한다. 왜 좋은 일 하고 내 마음이 상해야 하는가?
그러니 상대방을 배려하고 난 뒤엔 잊어버려야 한다. 내가 친구를 위해, 후배를 위해 충고를 했다고 하자. 충고를 받은 친구는 내 충고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친구의 마음이고 후배의 마음이다. 어쩌면 친구나 후배는 내가 배려한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때 친구나 후배가 내 충고대로 잘 하는지 어떤지를 확인하려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내 충고대로 하면 별 일 없겠지만, 내 충고대로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 기분이 든다. 왜 좋은 말 해주고 내 마음이 상처받아야 하는가? 그러니 무엇이든 상대방을 위해 배려했다면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친구도, 후배도 잃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음에는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있다. 살면서 내 마음 하나도 챙기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내 마음을 챙기는 것이 남의 마음을 챙기는 것보다는 훨씬 쉽고,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남의 마음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쉽다. 대부분의 심리적 갈등은 남의 마음을 내 마음과 같게 만들겠다는 무모한 욕심에서 생겨난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충고가 폭력으로 발화되는 지점이다. 남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만들 수는 없다. 포기해라. 남의 마음은 남에게 맡겨라.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뿐이다. 그래도 우리가 사람이니 친구나 후배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도움을 주고,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라. 그러면 나도 행복해지고 상대방도 행복해진다. 습관화해라. 행복해진다. 기브앤포겟!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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