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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넋두리.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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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20  2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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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넋두리.

 

 

 

   
▲ 김현진(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글을 통해 무언가 얻고 싶은 분께는 정독을 권하지 않습니다.)

강의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평이다.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들을 때 진지한 내용도 유머와 위트를 섞으면 더 의미가 깊어지고 이해가 쉬웠던 기억이 많아서다. 그리고 너무나 복잡한 현실의 삶에서 내 강의에서까지 무거운 짐을 지우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물론, 학교 강의는 다르다. 지식과 기술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고 훈련의 목적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정직하게 진행하는 편이다. 두꺼운 책을 한 학기 내내 들고 다녔는데 책을 거의 보지 않던 교수님들의 강의에 실망을 많이 했었어서 책의 내용을 모두 다루어 학생들이 책값이 아깝지 않게 해야겠다는 다짐이 있기도 하다. 근사하진 않지만 내가 쓴 책으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배려한 나름의 철학이다.

학생들 대상이 아닌 주민 대상 특강이나 평생교육 차원의 사회복지 강의는 다르다. ‘복지는 생활이다’라는 명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주변의 일상적인 일에서 사회복지의 사례를 찾는다. 그래서 내 가족, 내 친구들은 내 강의의 단골 소재가 되고 가끔 소식을 들은 남편은 빠르게 피드백을 해준다. 다시는 강의에서 자기 얘기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건 사실 불가능하다. 내 생활에서 내가 당했거나, 내가 저지른 인권침해 사례나 성평등 관련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공감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중적인 건, 내가 내 생활로 강의를 진행하는 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하는 강의에서 그의 사생활을 듣고 있노라면 내가 저이의 생활을 알아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로남불인가. 명사라고 해서 찾아 들었는데 결국 자기의 사생활로 행복을 외치던 한 강사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땐 어렸다. 인생 자체가 교훈이 될 줄 몰랐던 나이.

내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을 알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과 스승의 이야기를 따듯하고 위트있게 풀어주신 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강의에서 울고 말았다. 아뿔싸. 남의 사생활을 듣고 울게 될 줄이야. 함께 강의를 듣던 지인들이 놀라서 한마디씩 한다. “김교수가 그럴 줄 몰랐네” 평소에 내가 어떠했기에 그러는가. 울 수도 있지. 사실 나도 내 모습에 적잖이 놀랐고 부끄럽기도 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의 강의에 깊게 몰입했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정신과 의사인 그는 청중의 마음을 이미 알았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관계와 상황에 지친 나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그저 ‘잘해왔으니 그냥 살자’는 것이었는데. 그 말이 그리 위로가 되었다. 부모 품을 떠났던 열여섯 살 이후 여러 삶의 고비를 넘으며 스스로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 온 지난 세월이 영화처럼 한순간 휘몰아쳤다. 지쳐있었을까.

강의 내용이 적힌 책을 선물로 받은 후 책장을 열지 못했다. 다시 그날이 떠오를까 봐 좀 쑥스러워서. 그래도 눈물만 부끄러워 다행이다. 살아온 삶이 부끄럽지는 않으니.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울림 있는 강의를 나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 혹여 내 강의에 눈물 흘려줄 사람이 있을까. 가벼운 유머와 위트로도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내공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 꿈을 갖게 해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박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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