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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도시의 이익 어디쯤.
최인석 기자  |  nh8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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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23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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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도시의 이익 어디쯤.

 

 

 

   
▲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현진 교수

일주일 전쯤, 글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연락이 아니었어도 몇 달 전 적어 둔 일정표에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마감 직전까지 오고 말았다. 끝내 글의 소재는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나 하고 언젠가부터 무언가 떠오르거나 의미 있는 말을 들었을 때 메모를 시작했는데 간단한 키워드뿐인 메모는 영감을 주지도 못하고 쌓여만 간다.

최근에 수많은 보고서를 완성하면서 주제가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해진 것도 변명이 될까. 일상을 글로 옮기는 유일한 재주가 바닥이 나버린 느낌이다. 글로 써 볼만한 일이 굳이 일어나지 않는 심심한 하루도 문제다. 연구하고 있는 건 아직 결과가 도출되기 전이어서 소재가 안 되고, 좋아하는 분야는 너무 써버려서 스스로 식상해졌다. 몇 안되는 독자라도 내 글을, 내 얼굴을 알아보시는 분들은 또 이거구나 하실까 봐 섣불리 주제를 정하지 못하는 소심함도 한몫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

다행히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들춰보니 한 문장이 보인다. 1954년 쓰여 2000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쓴 ‘조화로운 삶’. 워낙 고전이니 보신 분이 많이 계시리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 지쳐 그저 그런 일상을 탓하며 앉았으니 누가 읽어보라 권해준 책이다. 아직 읽은 양이 많지 않아 책의 진가를 설명하긴 어려우나 책의 한 구절 정도만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은 니어링 부부가 불황과 실업의 늪에서 파시즘의 먹이가 되어버린 사회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하고 스무 해 동안 겪은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교직에 머물기가 힘들어지고 도시 생활에서 만만치 않은 생활비와 맞닥뜨렸을 때 이들은 ‘도시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조건, 도시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서 벌어들인 돈’을 떠올렸다. 그리고 도시에서 살다가는 사회가 주는 압력을 이기고 몸의 건강과 정신의 안정, 사회 속에서의 건전함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게 점점 뚜렷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더 올바르고 더 조용하고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갔다.

책을 다 읽어봐야겠지만 사실 이들도 시골로 간다고 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하려고 했던 일,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자유와 해방을 누리고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꿈을 꾸는 데만 머물지 않고 그 꿈을 실현하고자 간절히 바란 이들에게 길잡이 같은 책이 되기를 바란다는 머리말의 내용이 이를 설명한다.

저자들처럼 모험을 즐거워하진 않으나 잠깐 생각은 했다. 이들처럼 벗어날 수 있을까. 시골 생활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언제든 내 대답은 같았다. 시골 소녀로 살아서 그런지 미련 없다고. 그런데 이젠 조금씩 생각이 달라진다. 너무 복잡한 관계와 시끄러운 도시 생활이 재미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일이, 내 관계가 나를 위한 것인지 도시를 위한 것인지 갑자기 모호해졌다. 아, 오해는 마시라. 도시를 떠날 계획은 없으니.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조금 정리를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의 일이 도시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의 이익이든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약속된 글이 이렇게 완성된 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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