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문화에 대한 소고

▲ 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우리나라의 공동체 의식이나 문화는 빠르게 사라졌다. 우리나라의 공동체 문화가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르게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핵가족화되면서 선호하는 주거 형태도 변하여 대한민국 가족의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을 꿈꾸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이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에 대한 선호도가 급속하게 높아지면서 개인주의 문화는 더욱 빠르게 뿌리내린 것 같다. 아파트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개인화하고 이웃과 단절시키기 쉬운 주거 형태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우리의 주거 선호가 공동체 의식을 더 빨리 사라지게 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로 품앗이라는 것이 있다. 품앗이는 일을 서로 거들어 주어 노동을 지고 갚는 것을 말한다. 혼자하기 힘든 일을 이웃끼리 힘을 합쳐서 해결하는 협업의 방식으로 서로 도움을 도움으로 갚는 호혜 의식이 제도화된 협동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이웃끼리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남이 어려울 때 도우면 나도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공동체 의식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70년대 이전까지는 이런 품앗이와 같은 공동체문화가 그 명맥을 이어오고는 있었다. 그러나 점차 급속하게 도시화되고 산업화되면서 개인이 소유한 부가 모든 것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되면서 이웃도 경쟁의 대상이 되었고, 개인주의의 팽배는 서로 돕고 공생하던 공동체 의식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더불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경제구조는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끝없는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또한 코로나 이후의 여러 사회지표들이 보여주듯이 청소년, 청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삶의 비전 없음과 경제적인 불안감에 압도당하고 있다.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기혐오,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건강한 삶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신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우선적 방법으로 지역의 공동체 문화를 다시 살리자.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도 공동체 문화를 가꾸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가 속해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의식을 키워 서로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도록 서로 돕자. 거기에 더하여 국가는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촘촘한 복지지원을 하여 함께 잘사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 한 사회의 성숙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은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 에서 드러난다. 위기에 처한 이들이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이웃 공동체가 나서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