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했거늘

▲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이순희

지난 6일 튀르키예-시리아에 규모 7.8과 7.5의 두차례 강진 강타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만 50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자연재해의 엄청난 공포가 밀려온다. 통상 72시간이라고 여겨지는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골든타임’은 지났지만 구조대는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3세 여아가 131시간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고, 건물잔해 속에서 무려 161시간 만에 18세 소녀와 7세 남동생 구조 소식은 눈시울을 적셨다. 아, 고귀한 생명이여.

이런 와중에 친부와 계모에 의해 학대당하다 온몸에 멍투성이의 주검으로 발견된 인천의 12살 초등학생의 죽음은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 힘없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를 학대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니 정말 끔찍하다. 잊힐만 하면 반복되는 부모의 끔찍한 아동학대. 홈스쿨링을 이유로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그렇게 죽음에 이르도록 학대하고 있었다니. 차제에 홈스쿨링 사각지대를 점검해야 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잘 지낸다는 부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겠지만 어려움에 처해 있는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아이들은 결국 이렇게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매뉴얼대로 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과 지도로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잘 살펴서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동을 소유물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할진대 학대로 죽음에 이르게 하다니. 부모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학대를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그 어린아이의 공포의 눈빛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 정말 너무 잔인한 어른들, 아니 부모들이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 및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 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라고 규정한다.

적극적인 가해 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의미의 방임 행위까지 아동 학대의 정의에 포함 한다. 학대 주체는 부모가 가장 많다.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는 그림자처럼 살게 된다.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주변에 학대로 의심되는 아이가 없는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자인 프란시스코 페레의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를 생각한다.

프란시스코 페레는 스페인 아텔라 출신의 교육자로 세계 최초로 자유학교를 세우고 그로 인해 옥살이를 하다가 1909년 사형에 처해진 교육 순교자이다. 페레는 최초 프랑스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공교육으로 인하여 권위에 복종하는 인간을 만드는 스페인 공교육의 문제점에 비판하며 바로셀로나에서 열린학교, 대안학교, 공동체학교 등의 개념을 총괄하는 모던스쿨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교육에 있어서 철저히 폭력과 부도덕성을 배제하였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것은 권위에 의한 어떠한 억압도 아이들에게 실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페레의 비권위적 사고를 대변한다. 어떠한 명분을 내걸어도 권위에 의한 억압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권위의 행태는‘폭력’이다. 페레는 권위에 반대하므로 당연히‘폭력’에 반대한다.“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페레의 외침을 기억하며 아이들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마음에 와닿는 책 속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사회와 국가의 책무는 아이들을 가르쳐 키우는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