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망가뜨리는 학교폭력

▲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황명구 사무처장

요즘 ‘더 글로리’ 드라마 인기가 뜨겁다. 주제는 학교폭력이다. 방송후 실제 학교폭력을 당했던 사람들의 신고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 장면중 고데기로 동료학생을 괴롭히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폭사건과 유사하다. 2006년 청주 한 여중생 3학년 학생이 고대기, 옷핀, 책 등으로 고문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꼬리뼈가 튀어나오거나 화상정도가 심해 5-6주 입원치료를 받았다.

학교는 인지했다. 그러나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왜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정부고위직 자리 임명예정자 자녀가 학폭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했다. 여론은 뜨거웠다. 학폭가해자가 대학교를 무리없이 진학했다는 것이 가십거리다. 글쎄?

학교폭력이란 학교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 정신 또는 재산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중이다. 이법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 및 분쟁조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 마음을 들여다보자. 나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중학교 2학년 시절이다. 괴산 시골마을에 6명의 또래 친구들이 있었다. 어느 해 겨울 명절에 남녀 동창 친구들이 모여 놀았다. 시골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선배형이 밤에 불렀다. 또래 친구들과 나는 그날밤 묘지옆에서 무척이나 맞았다. 산속에서 무서워 벌벌 떨었다. 우리는 반항도 못했다. 선배이기도 했지만 학교에 가면 같은 패거리에게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였다. 6개월 넘게 거의 매일 맞았다. 동네 뒷산에서 나무로, 어느 빈집에서 담배불로 몸을 지지기도 했다. 학교가기 싫었다. 점심시간에 화장실로 부른다. 이유없이 때린다. 금품도 요구했다. 구타도 교묘하게 표시나지 않는 곳만 골라 한다.

5월 어느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용기를 냈다. 또래 친구들을 모았다. 이렇게 살수 없으니 도망을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다음날 도망을 갔다. 우습지만 가장 큰 용기 결과이다. 비가 무척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청주로 향했다. 부모님께서 눈치를 채시고 뒤를 쫓아오셨다. 괴산을 지나자 바로 붙들였다. 서럽게 울었던 생각이 난다. 학교에 이야기를 했다. 보호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저 가해자에게 가벼운 징계 정도였다. 보호받고 싶었지만 학교는 외면했다. 그래서 동네형들에게 부탁했다. 한동안 동네 형들로부터 보호를 받았고, 나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청주로 진학했다. 남은 친구들은 학교폭력 두려움에 졸업도 제대로 못했다. 삶 자체가 꼬였다.

성장기에 심리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지천명의 나이임에도 뉴스에서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의 사례가 나오면 분노한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불안감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유형은 언어·심리적 유형, 신체·물리적 유형, 따돌림으로 나눈다. 때론 학교폭력이 학창시설 문화라고도 했다. 이런 보이지 않은 방임이 학교폭력을 증가시킨 요인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있다. 그러나 한계가 많다.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때론 강한 규정도 더 필요하다. 한 인간을 망칠 수 있는 것이 학교폭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가정도 학교도 사회도 제대로 관리하고 예방,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 이상 나같은 피해 학생이 없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