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살아도 좋다!

▲ 박 미 영(청주시가족센터장)

5월의 화사함을 기다렸다. 너무 뜨겁지 않은 햇살과 아직 찬 기운을 살짝 품은 바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산뜻한 날들을 기대했지만 마주한 현실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가득해 세워 놓은 차량은 누렇게 변해버리고 코로나 이후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찾으며, 희뿌연 세상과 회색빛 도시로 답답함이 여겨진다.

필자는 뒤늦은 공부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졸업 후 첫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가졌던 자부심과 신념, 그날의 그 희망찬 출발과 다부진 포부가 여전히 떠오른다. 하루에 하루를 더해 복지 현장을 지켜가면서 마음 아팠던 순간이나 힘겨웠던 시간들, 애쓰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분들을 만날 때 조차도 필자는 늘 ‘희망’을 외쳤다. 지금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신념과 사람에 대한 믿음, 변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은 필자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었다.

물론 항상 신념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흔들릴 때도 많았다.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가 다르게 해석되거나, 믿었던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빠른 속도로 자신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들기도 했고, 상대방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배려를 했지만 고마움은커녕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 당황하기도 했다.

때로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말과 행동이 사뭇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실망도 했으며, 필자와 동료들의 노력을 곡해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조심스러워지고 움츠리게 되기도 했다.

온전한 인간은 없다. 돌아보면 필자의 모습 또한 부족함 투성이다. 필자의 배려가 오히려 불편함이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부른 판단을 하기도 했으며, 많은 실패의 경험과 후회로 남는 쓰라린 기억들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저 자신의 신념과 삶의 가치를 실현하며, 넘어지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살아내는 일이다. 무엇을 가치로 삼고 어떤 삶을 살아내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필자는 이런 흔들리는 순간들을 마주하며 앞서 선택한 신념을 지키고 싶었나 보다. 어쩌면 위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선함을 지키는 사람으로 ‘그리 살아도 좋다’고 말이다.

『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서

타인을 향한 마음을

먼저 전하는

사랑 가득한 사람으로

그리 살아도 좋다.

나눔과 베품이

비웃음이 되는 세상 속이라도

더 커다란 마음 담아 나누는

당당한 사람으로

그리 살아도 좋다.

거친 세상 속

곁에 선 이의 아픔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냉랭한 사람들 속에서

작은 희망 심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그리 살아도 좋다.

휘청이는 고난 속

흔들리는 사람들 속에서

단단함으로 이겨내는

반듯한 사람으로

그리 살아도 좋다.

사랑이 앞장서고

나눔이 밀어주고

희망의 꽃씨를 뿌려주는

새삼 따뜻한 사람으로

그리 살아도 좋다』

어쩌면 이 작은 위로는 필자,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던 것 같다.

오늘도 치열하고 아름답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동지들에게 선택한 삶의 모습 그대로 ‘그리 살아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그마한 힘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