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서

▲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시대」를 선포한지 5년차!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고 선도사업이 종료하였지만, 초고령사회! 어르신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으며,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원 및 건강·돌봄체계 지원”은 국정과제로 수립되었다.

바야흐로 ‘복지와 보건’이 결합된 지역사회 노인돌봄 체계 마련이 중차대한 과제가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정부는 「지역사회 보건·복지연계 재가서비스 체계 구축사업」을 제시함으로써 지난 4년 통합돌봄선도사업의 개선과제를 보완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고 하며, 우리동네 청주시에서는 각읍면동사무소에 간호인력이 상주하는 「통합돌봄 창구」가 설치되었고, 청주형 작은 사업 모델로 필자가 소속한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를 거점으로 하는 「청주형 어르신 이동지원서비스」가 청원구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청주시내 대형병원인 충북대병원과 청주의료원을 중심으로 「퇴원후환자연계사업」이 시작되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주관하는 「재택의료기관」도 청주시에 한 개소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정부정책추진에 따라, 우리동네에서도 조금은 더디지만, 정책의 변화에 따른 사업의 변화들이 별견되고 있다.

발견이라 아쉽다.

기존의 틀을 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과제인지 알지만, 개별의 노력에 비하여 지역에서는 컨트럴타워가 부재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지난주에는 「청주형 어르신 이동지원서비스」의 중간간담회가 청원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본 사업 추진기관 주관의 보고회 형태로 진행되었다. 상반기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과와 개선점을 정성껏 정리해 발표하였지만, 관계기관과 개선방안을 나누기에는, 뭔가 일방통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다행히 새롭게 부임한 사업담당 팀장님의 의지도 엿보이고, 담당부서의 노고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온 바 있지만, 여전히 우리안에 「컨트롤타워」는 존재하지 않았다. 직접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사업의 책임자인 나조차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과연 타기관 사업 담당 기관들의 체감온도는 어떨까? 지금 이 순간, 각 읍면동사무소에 배치된 간호사들의 가장 중차대한 임무가 혹시 ‘투약 지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개인의 노고로 폄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대전환을 견인하기 위하여서는 당장 ‘예산 수립’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예산이 없어서, 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아서, 「보다 촘촘한 사회적안전망」을 기대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자신의 영역에서 ‘대상 중심’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전체 서비스 수요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정렬하고 기능별, 대상별 중첩되는 대상자는 통합관리하는 내부의 시스템이 작동해야 할 타이밍인 것이다.

이를 컨트롤하기 위하여 민간의 학습이 선행되어야 하며, 각 기관·단체 협의회를 중심으로 “정책 토론회”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관에서 전담부서가 생기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장으로부터의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통합돌봄 대상자의 연령 기준이 조용히 75세로 선회하였다. 투표권을 가진 어르신들의 반발을 고려한다면 누구도 눈치보고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조치였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이번 조치가 유효한 이유는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새로운 질서”, 새 판을 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