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스페소, 커피를 통한 연대

▲ (재)청주복지재단 남미옥 상임이사

‘악마 같이 검고, 천사 같이 순수하고 지옥 같이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커피를 가리켜 표현한 말이다. 커피는 ‘중독’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음료로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사랑이 유난하다고 한다. 2022년 한국인의 커피소비량이 세계 2위인 것을 보면 한국인의 커피 사랑도 이탈리아인 못지않은 것 같다. 출근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점에 들려 커피를 사서 들고 출근한다거나, 모닝커피를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람도 많다. 점심 후에도 커피 한 잔은 필수가 되었고, 회의에도, 만남에도 커피는 이제 한국인과 함께 하는 음료가 되었다.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720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문을 열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 또한 베네치아에 위치해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로 대변되는 이탈리아는 오래된 커피의 역사만큼이나 커피에 대해 진심이다. 이탈리아인에게 커피는 특별한 음료이며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화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카페 소스페소: 모두를 위한 커피’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보여준다. “누구도 커피 마시는 걸 금지당해서는 안 돼요.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도요.”라는 인터뷰에서 그들에게 커피는 기호식품을 넘어서는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밥’이 대표해주는 정서와 비슷하다. “식사하셨어요?” “언제 밥 한번 먹자.” 이런 표현이 주는 의미와 같지 않을까?

‘카페 소스페소’는 커피를 통한 사회적 연대에 관한 다큐이다. ‘소스페소’는 ‘연기된, 미루어진’의 뜻을 가진 단어로, 직역하면 ‘유예된 커피’ 라는 의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폴리 지역에서 커피를 마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해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한잔 값을 더 계산하는데서 유래되어 커피를 통한 나눔과 연대의 문화로 이어져오고 있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두 잔의 값을 지불한 후 영수증을 남기면 커피 값이 없는 어려운 사람, 가족과 집이 없는 노숙자들이 이 영수증을 꺼내 커피를 시켜 마신다. 이 한 잔의 커피가 어려운 이들의 추위와 마음을 녹이는 위로가 된다고 하니 작은 나눔이지만 그 따뜻함이 느껴진다.

다큐를 보면 커피를 마시며 상대와 직접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부터, 출소하여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 소속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게 된 사람까지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작지만 타인이 받아서 기분 좋은 무언가를 남기고 받는 행위가 기부보다 손쉬운 연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에 있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중요한 복지적 요인이다. 사람과 이어져있는 느낌과 연대감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고립을 막아주고 지지체계가 되어 극한상황으로 몰리는 것을 막아준다. 더불어 여러 다양한 모임을 통한 인간관계의 형성과 상호작용은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개인주의가 보편화되어가는 오늘날 가족과 친구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소통과 나눔은 우리가 지역공동체에 속해있고 누군가 나를 위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작고 손쉬운 나눔과 사랑의 실천이 사회복지를 하는 우리에게는 더 소중하고 필요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리라.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요즈음이 그런 작은 나눔이 정말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