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 가는 세상

▲ 안 종 태 / 충청북도곰두리(장애인)체육관장

부부싸움에도 경찰의 공권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내 집 앞에 눈을 치우지 않아도 법이 기다리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안 해도 법이 바라보고 있고, 말 한번 잘못해도 명예훼손으로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보호와 관리의 명분으로 거리마다 건물마다 무인카메라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 법적 영향력으로 되돌아와 사사로운 생활에 다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듯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매사의 개인적인 것들에서 이제는 법적 잣대가 요구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사회에서 서로가 지켜야 할 질서와 약속들, 그리고 인간적인 상식의 행위들에서 법의 잣대가 필요하고 법의 힘으로 해결해야만 끝장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지기 시작했다.

이뿐이랴, 개인의 사사로운 일기 같은 내용도 사이버 공간의 활성화라는 시대적 변화의 영향으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서로 생산과 소비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는 현실 공간의 모든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니 막강한 법적 행위들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인격침해의 댓글로 무턱대고 권한이 없는 응징을 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누군가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결정으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적인 영역에 대한 인격적인 공격들을 재미로 하는 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전체 내용을 다 읽어보지도 않고, 내용 중에 거슬리는 일부분의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삶에 대한 불만족을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하는 꼴이다.

악플의 아수라장은 무차별적이고 가학적인 신종 바이러스처럼 많은 이들에게 급속하게 퍼져가고 있다. 이것은 포털권력으로 언급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비약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의 개인적인 사적 영역의 모든 것에 들이대고 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사사로운 말들이 무형의 공간에 모여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악플은 익명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조금만 잘못되어도 참지 못한다.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려고 하는 것에 인색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교류가 제한적이다 보니 타인에 대한 명분 없는 댓글 달기가 놀이가 되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간성을 상실한 채 욕을 하는 괴물 같은 사람이 양성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적인 매사의 순간이 법적이라고 말하는 논리를 정리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부 사람들의 사고수준이라는 것이 이제는 인간에게 맡겨서는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간임을 기억하고 내가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처럼 똑같은 기준과 행동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지켜야 하며, 논쟁은 있으나 싸움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불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는 시대의 어두운 측면이 함께 반영되겠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리이며, 주고받는 정이고, 서로를 위해주는 아련한 연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내 생각이 영원히 지켜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