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삶을 짓밟는 범죄행위다

▲ 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장

폭염으로 전국이 들끓다시피 하더니 이번엔 태풍 카눈이 16시간에 거쳐 전국을 관통하면서 곳곳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실시간 재난방송을 보면서 곳곳의 안타까운 피해소식에 가슴 졸이는 시간이었다. 정말 기후재난 시대이다. 2023년 7월1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 전 학부모 민원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묻힐뻔 했던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안타까운 죽음이 또 있다. 재작년 경기도의 같은 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6년동안 100명의 교사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어 그간 숨죽이고 있던 학교현장의 수많은 교사들이 분연히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들의 갑질에 질린다는 입장이다. 갑질에 더해 아동학대 신고에, 옷을 벗기겠다는 협박에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최근 교육부 사무관의 갑질에 관한 내용이 일파만파다. 아이의 담임교사에게 쓴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등의 요구가 담겨 있어 논란이다.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아휴 힘들어, 방학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 가정에서도 자녀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학교 탓만 한다. 내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학부모의 피해의식을 교사들에게 투사하는 것이 학부모 갑질의 본질이다. 사회적으로 피해의식은 깊어지고, 교권은 예전만 못하니 만만한 교사를 만나면 갑질로 나타난다.

갑질 사례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니들, 내 세금으로 월급 받는다”는 말. 너무나 익숙한 이말은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도 수없이 듣는 말이다. 이유는 각양각색. 당사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선정되지 않아서, 어려운데 더 지원 해주지 않아서, 자녀의 잦은 도전적 행동에 사회복지사가 내 자녀를 싫어해서 그런 것 같다 등이다. 소리 지르고 화풀이하다가 분이 안풀리면 행정관서에 민원, 국민신문고, 고소. 고발로 이어진다.

갑질의 일상화와 대중화, 갑질의 시대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갑질, 의료진에 대한 환자. 보호자 갑질,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 갑질, 자영업자 대한 소비자의 갑질. 사회복지사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갑질. 갑질이 반복될 경우 피해자는 우울, 불안 등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삶의 끈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갑질은 타인의 삶을 짓밟는 범죄 행위다. 정신의학적으로 갑질은 인간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권력 콤플렉스가 병적으로 표출된 상태다. 즉 열등감이나 상실감 등이 쌓이다가 분노로 표출되는 것을 갑질로 본다. 남들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경쟁에 밀렸다거나 손해를 봤다는 피해의식이 쌓이면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를 만나 폭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갑질을 즐기는 사람은 성격(인격)장애일 가능성이 높고 본인의 언행이 문제라는 생각은 아예 없으며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무관심하다고 한다.

교사의 교육활동,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면서 어찌 양질의 돌봄과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자영업자들이 진상고객들의 갑질을 어찌 당해낼 수 있을까. 도대체 이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회구성원들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관계이지 공격의 대상이 아니다. 만연화된 갑질을 그냥두지 말고 제대로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소싯적 선생님께 혼나고 속상해서 엄마에게 ‘엄마 나 선생님 한테 혼났어’, 엄마의 단호한 한마디, ‘혼날 짓을 했구만’ 그뿐이다. 그 시절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자녀 훈육은 가히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