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인생을 만들고 싶다면…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규철 교수

누구나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고자 한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이 걸작이 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자기가 만든 제품을 ‘걸작’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인쇄광고가 있다. 이탈리아의 가죽회사(Alen2)로 수제품으로 정평이 나있는 회사이다. 광고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고를 볼 수 없으니 독자들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하면서 읽어 가면 꽤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광고의 전체 톤은 무게감 있는 갈색 톤이다. 가운데 있는 메인비주얼은 언 듯 보면 고풍스런 이탈리아 로마시대의 콜롯세움 경기장 모습이다. 다시 보면 가죽혁대를 돌돌 말아 만든 콜롯세움 경기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죽혁대에 뚫린 구멍들은 콜롯세움의 창문으로 표현되어 콜롯세움의 디테일을 살렸다. 거기다가 ‘ROMA’라는 팻말이 있는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으니 영락없는 장인의 예술작품이다. 더해서 유리바닥에 살짝 비치는 받침대의 그림자도 전체적인 고급감을 더해준다.

비주얼을 보고나면 ‘수제 걸작(Handmade Masterpiece)’이라는 헤드라인을 읽게 된다. 수제 걸작? 좀 지나친 자신감 또는 건방짐 등의 뻥튀기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헤드라인 밑의 ‘이탈리아인이 오랫동안 애용해온 고급벨트’라는 광고 문안을 읽고 나면 뻥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아온 가죽제품임을 알 수 있다. 달리 반박할 여지가 사라져 버린다. 이쯤 되면 알렌2의 가죽제품은 믿을 수 있는 장인의 작품이 된다. 게다가 시리즈 광고도 있다. 메시지는 동일하고 비주얼만 다른 광고다. 두 번째 광고는 ‘피사의 사탑’을 소재로 했다. 깨끗한 회색배경에 흰색 가죽혁대를 정교하게 돌돌 말아서 ‘피사의 사탑’을 만들었고, 작품처럼 ‘PISA’라는 팻말을 만들었다. 담백한 사진 처리는 콜롯세움 광고와 동일하게 처리하여 수제걸작의 당당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두 편의 광고는 수제로 만든 가죽제품에 당당하면서도 놀라운 재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걸작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든,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정도를 투여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쓰이는 말이다. 모든 것에 적용될지는 몰라도 대부분 적용가능한 말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나온 내용과 다른 분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연습의 양과 능력의 정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악기연습에 비유해보자.

어떤 악기든

● 2천 시간 정도를 연습한다면 취미로써 즐길 수 있고,

● 4천 시간 정도를 연습하면 남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 있고,

● 8천 시간 정도를 연습하면 엘리트 연주자가 될 수 있고,

● 1만 시간 정도를 연습하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의 연습은 수정·반복 하는 연습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꾸준히 수정·반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대가들의 경우 1만 시간이 아니라 3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한다고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법칙이다.

즉흥곡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의 기본이 쌓여 만들어진다. 수제 걸작도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정성이 모여서 걸작이 된다. 우리가 지금 하는 모든 일들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하루하루의 수정과 반복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어떤 일이든 시간을 더 많이 투여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시간을 많이 투여한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능력자가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믿지 않는다. 재능은 살아가면서 투여한 시간에 비례하여 생겨나는 것이라고 믿고 산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아닌 것 같은가? 주위를 둘러보시라. 일을 잘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그 일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냥, 어떤 분야든, 시간을 많이 들인 사람이 일을 잘하게 된다고 믿고 살면 된다. 가성비 좋은 것? 그런 것 없다.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 옳다. 사실, 적은 시간을 들이고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당신에게만 그런 행운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 마시라. 그거 도둑놈 심보다.

요즘엔 옛날과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20세기까지는 ‘믿을 수 있는 이유(reason to believe)’만 있어도 충분했다. 시쳇말로 문제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문제에 맞게 해결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가 일상화된 지금은 믿을 수 있게 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이유(reason to share)’까지 제공해야 한다. 공유하기 위해서는 재미있어야 한다. 본인의 SNS 활동을 생각해보라. 재미없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의 콘텐츠든 정보(가치)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재미까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라는 말이 나왔다. 정보(Information)와 놀이(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빅 아이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문제인식은 기본이고, 상대방(고객)들에게 재미있는 놀이터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치 있는 정보라 하더라도 재미없으면 쳐다보지 않는다. 가치 있는 정보인데 왜 안 쳐다보냐고? 주위를 둘러보시라. 나에게 이익이 되는 가치 있는 정보도 이곳저곳 사방에 널려있다. 일반 정보만 과잉이 아니라, ‘나에게 가치 있는 정보’도 과잉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분명한데다 재미도 있게 만드는 것이 오늘날의 일(콘텐츠)의 문법이다.

우리의 일상 업무도 마찬가지다. 매일 비슷비슷한 일상 업무, 도무지 개선될 구석도, 개선할 점도 없어 보이는 일들로 둘러 싸여 있다. 그러한 일들을 관성적으로 일을 하면 나는 재미없고 상대방(고객)은 불만이 쌓이게 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핀잔은 핀잔대로 받는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수정·반복의 과정을 거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 하찮게 보이는 작은 일들을 수정·반복하기를 습관화하면 ‘걸작 인생’을 만들 수 있다.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