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제정을 준비하며...

이병하 (충청북도의회 사회복지 전문위원)

▲ 이병하 충청북도의회 사회복지 전문위원

작년 한 해 충북은 장애인 노동착취, 학대 문제로 다사다난 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봐도 7월 오창 만득이 사건, 9월 내수읍 타이어 노예사건, 10월 청주시 애호박 노예사건, 11월 청주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폭행 사건 등 연이어 터져 나온 사건들이 장애인 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노동착취 대상 장애인의 대부분은 의사소통 능력이 다소 미약한 지적 장애인이다.

이런 약점을 빌미로 보호하고 돌봐준다는 미명하에 저임금 또는 무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신체적 학대까지 서슴치 않는 가해자들에 대해 국민 정서는 분노를 표출하지만, 실제 법원에서는 집행유예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왔다.

다행히도 지난 주 지적 장애 3급인 동네 후배를 13년 동안 방울토마토 재배 하우스에서 일을 시키고는 저임금은 물론, 장애인 수당까지 가로챈 마을 이장 A씨에 대해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장애인 노동착취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 구현은 갈 길이 멀다.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에서는 6월 발의를 목표로 「충청북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제정을 준비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3일 도의회 회의실에서 조례안 의견수렴을 위한 현장 활동가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어 3월 14일 영동군청에서 남부권 토론회를 열었으며, 4월 중 진천군에서 3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도 내 18개 장애인 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현재 장애인 인권 조례는 경남과 충북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 시ㆍ도에서는 이미 제정되었다.

즉, 우리 충북은 타 시ㆍ도에 비해 늦은 편이다. 따라서 기존 자치단체 조례를 비교 분석해 보다 실효성 있는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

조례안의 주요 쟁점 사항을 살펴보면,

첫째, 충북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 규정에 대한 부분이다.

여기서 쟁점사항은 별도의 장애인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느냐? 아니면 기존 “충청북도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시행 2015-01-01)”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인권증진 기본계획’ (계획 내용에 장애인 파트가 구분되어 있음) 으로 대치하되, 본 계획에 반드시 포함될 사항에 대해서만 조례로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둘째, 장애인 차별 및 인권실태조사에 대한 규정 부분이다.

조례안에는 도 내 장애인에 대해 3년 단위로 표본조사를 실시하되, 단 노동착취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적ㆍ자폐성 장애인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또한 도 내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서도 매년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실태조사는 민간조사원을 위촉ㆍ활용한 대면조사 원칙을 규정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1년 단위로 해야 한다, 모든 장애인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등 현장 활동가들의 의견이 다소 분분하다.

셋째,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에 따라 학대받은 장애인을 신속히 발견ㆍ보호ㆍ치료하고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설치ㆍ운영에 대한 부분이다.

아동학대 및 노인학대에 대해 동일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들은 각각 2001년, 2004년에 설치되어 운영 중인 것과 비교하면 장애인 학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었다.

게다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업무는「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장애인학대의 신고접수, 현장조사 및 응급보호 ▲ 피해장애인과 그 가족, 장애인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 및 사후관리 ▲장애인학대 예방 관련 교육 및 홍보 ▲장애인학대사례판정위원회 설치·운영 ▲ 피해장애인의 보호 및 피해 회복 ▲관계 기관·법인·단체·시설 간 협력체계의 구축 및 교류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요청사항 등 학대사례 처리 중심의 업무로서, 사실상 장애인 인권 관련 기초상담, 지역특성에 부합한 프로그램 연구ㆍ개발, 지역기본계획, 실태조사 점검 및 이행사항 모니터링 등 지역차원의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다.

인천시의 경우, 민간위탁 방식으로 장애인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업무를 센터업무에 포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바, 충북도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인권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이를 별도로 구성하느냐, 기존 충청북도장애인복지위원회의 소위원회로 구성하느냐에 대해서도 현장 활동가들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소 더디 가더라도 다양한 지역 현장의 활동가 및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조례안에 가능한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례 제정과 연계해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 마련과 노동착취 및 학대 피해 장애인들이 어디에 어떻게 정착해 이후의 삶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방안마련의 병행도 과제로 남는다.

「충청북도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가 실효성 있게 마련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